18년째 장애인차량 무료정비 '자동차명장'
“이른 새벽에 왜 이렇게 교통신호를 잘 지키세요?”(개그맨 이경규) “저희는 늘 지켜요.”(30대 장애인 부부)

1996년 11월 방영된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라는 TV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이날 방송의 주인공은 새벽 4시께 차량이 거의 없는 도로에서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정지선을 지킨 30대 뇌성마비 장애인 부부였다. 교통신호 준수나 장애인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던 시절, 이 방송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날 이후 20년 가까이 3000대가 넘는 장애인 차량을 무료로 정비해주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국내 제1호 자동차정비 명장’인 김관권 한국폴리텍대 정수캠퍼스 자동차과 교수(59·사진)다.

김 교수는 “방송을 보고 장애인들의 교통안전과 사고 예방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갑작스레 장애인이 된 입장에서 나의 재능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장애인이 아니었다. 1982년 정수직업전문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김 교수는 1989년 자동차정비 부문 명장제도 신설과 함께 국내 첫 명장 타이틀을 달았다. 그동안 길러낸 제자 수만 3000여명이다. 고재수 서정대 자동차과 교수, 서승환 창원폴리텍대 자동차과 교수, 김창기 현대자동차 북부서비스센터장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그런 그에게 1993년 시련이 닥쳤다. 과로한 탓에 귀가하다 머리를 어딘가에 부딪히면서 생긴 뇌출혈로 하반신 일부가 마비되면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시련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계기였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몸이 불편해지자 비로소 불편한 몸을 가진 장애인들이 보이더군요. 내가 잘하는 일이 자동차 정비이니, 당시 TV에 나왔던 장애인같이 교통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98년 서울 용산구청과 학교 주변 동사무소 도움으로 시작한 장애인 차량 무료 정비는 올해로 18년째, 벌써 3000대가 넘는 차량을 고쳐줬다. 주말을 이용해 학교 실습실에서 이뤄지는 무료 정비행사에는 김 교수의 제자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