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음질…아이리버 '아스텔앤컨'으로 부활 꿈꾼다
200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자그마한 디지털 기기를 청중에게 들어 보였다. 그는 “잠수함처럼 생긴 이 작은 MP3플레이어가 세상을 바꿀 혁신 제품”이라고 격찬했다.

아이리버의 전신인 레인콤이 만든 MP3플레이어였다. 하지만 불과 2년 뒤 아이리버는 자금난에 빠져 보고펀드에 매각됐고 이후에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MP3플레이어가 설 자리가 없어진 탓이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아이리버는 지난해 14억원의 영업흑자를 내며 부활에 성공했다. 6년 만의 적자 탈출이다.

○고급 오디오로 재기 발판

2009년부터 적자 늪에 빠진 아이리버가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아이러니하게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고품격 오디오에 승부수를 건 게 주효했다.

2011년 구원투수로 영입된 박일환 대표(사진)는 “아이리버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며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아이템을 찾다가 고급 오디오 시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20여년간 삼보컴퓨터에서 일한 정보기술(IT) 전문가이자 삼보의 법정관리를 맡아 회생을 이끈 박 대표는 차별화된 음질과 디자인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한때 세계 최고의 MP3플레이어를 만든 노하우를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스텔앤컨
아스텔앤컨
최고의 음질로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을 줄 수 있는 플레이어를 만들자는 ‘티어 드롭(tear drop) 프로젝트’는 1년 만에 성과를 냈다. 2012년 10월 ‘아스텔앤컨(A&K) 포터블’이 출시되자 시장에서 호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대 1400만원(올해 출시한 거치형)에 이르는 고가전략이 먹혀들며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박 대표는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전자책,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으로 다양화한 사업 영역을 오디오로 집중했다”며 “제품 수를 꾸준히 늘린 덕분에 실적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매출 대부분이 오디오사업에서 나올 정도로 아이리버는 오디오 회사로 탈바꿈했다.
스마트폰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음질…아이리버 '아스텔앤컨'으로 부활 꿈꾼다
○SK텔레콤과 시너지 기대

박 대표는 지난 3년여 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수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쳐 2011년 126명이었던 직원을 지난해 88명까지 줄였다. MP3플레이어, 태블릿, 블랙박스,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 차별화가 안 되는 제품의 생산 비중도 축소했다.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아이리버는 작년 8월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일거에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실적이 좋아져서다. SK텔레콤은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아이리버의 재무구조를 바꿔놨다.

박 대표는 “올해가 아이리버에는 최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과 본격적으로 협업에 나서면 상당한 시너지를 거둘 것이란 설명이다.

오디오 사업으로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연계된 ‘앱세서리’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앱세서리는 앱과 액세서리의 합성어로 앱과 연동해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의 기능을 확장해주는 주변기기다.

박 대표는 “사물인터넷(IoT)을 구현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인프라, 단말기, 센서 등 기본 요소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SK텔레콤의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아이리버의 단말기 제조 노하우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K를 네트워크화해 사용자 간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와이파이로 다른 사용자의 기기로 음원을 재생하거나 클라우드로 음원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