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5일 오후 3시1분

‘재벌 빵집’ 논란으로 대기업 품을 떠났던 베이커리 및 외식업체들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만큼의 내부시장과 영업력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브랜드 파워도 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페·베이커리 ‘아티제’를 운영하는 보나비는 지난해 22억원의 적자(당기순손실)를 기록했다. 보나비는 2012년 4월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에 따라 호텔신라가 대한제분에 매각한 기업이다. 대한제분은 회사가 보유한 제분사업과 베이커리 사업 연계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보나비를 301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 이후 실적은 악화됐다. 아티제 매장 확장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에 비해 영업력이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호텔신라 계열이던 아티제는 삼성그룹 계열사 등에 매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추가 확장되는 대한제분 계열의 아티제는 이런 이점을 활용할 수 없었다. 대한제분 계열사들이 주로 임대 빌딩에 있는 점도 매출을 늘리는 데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2012년까지 흑자를 냈던 보나비는 2013년 2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한 뒤 지난해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보나비와 함께 매각이 추진됐던 고급 레스토랑 ‘탑클라우드’ 운영업체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호텔신라는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을 2013년 2월 60억원에 동아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사돈 기업인 동아원은 전 전 대통령 일가 비리에 연루되면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영난을 맞이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던 2012년 당시 1억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던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은 지난해 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동아원은 최근 이 회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씨가 운영하던 베이커리 업체 ‘블리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리스는 프랑스 명품 베이커리 ‘포숑’의 한국 사업을 운영하는 곳으로 호텔신라와 함께 ‘재벌 빵집’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기업이다. 장씨는 호텔신라가 보나비를 매각한 이후 2012년 5월 블리스를 영유통·매일유업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블리스는 현재 이름을 본만제로 바꿨다. 본만제는 2013년 7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도 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추가 출점 제한을 권고한 외식업체 제시카키친(당시 MPK그룹 보유)은 서울 남부지법에 파산신청을 한 상태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개그맨 김준호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코코엔터테인먼트에 팔렸지만 매각 이후 4개월간 매출 18억원에 6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아티제, 탑클라우드는 호텔신라가 보유한 브랜드 이미지와 맞물려 고급화 전략이 가능했던 곳”이라며 “매각 이후 브랜드 이미지가 약해진 데다 영업력과 경영 효율이 떨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