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가격 표기 속속 등장
소비자들 "헷갈리고 불편"

달러화로 표시된 메뉴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레스토랑이 강남을 중심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 신논현역 인근에서 문을 연 양식 전문 레스토랑 ‘하버스게이트’가 대표적이다. 2층 규모의 이 레스토랑은 개업 때부터 음식값을 달러로 매겨왔다. 3~38달러의 음식값이 적힌 메뉴판 맨 마지막 장에는 ‘1달러=1000원’이라는 ‘자체 환율’을 고지해 뒀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는 “원화로 표기하는 것과 음식값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좀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버스게이트보다 한 달 늦게 문을 연 서울 신천동의 뷔페 레스토랑 ‘바이킹스워프’는 당일 원·달러 환율로 계산해 음식값을 받는다. 롯데월드몰 내에 개장한 이 레스토랑은 성인 100달러, 어린이 50달러로 음식값을 표기하고 있다. 지난해 말 논란이 불거졌을 때 레스토랑 측은 “바닷가재를 비롯한 식재료의 80%를 수입해 오다보니 환율 변동에 따른 금액 변동 폭이 커 불가피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서울 역삼동의 베이글 전문점 ‘머레이베이글’은 미국식으로 음식 가격을 표시했다. 천원 단위는 커다란 숫자로, 백원 단위는 작은 숫자로 가격을 표시해 미국 음식점에서 달러와 센트를 구분해 나타내는 방식을 차용했다.
이 같은 음식값 표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인터넷상에는 “신선하고 재미있다” “마치 외국에 온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가 하면 “보기 불편하다” “한국에서 한국 돈을 받으면서 이런 표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