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만큼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다.

조 회장은 요즘 서울 을지로2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한다.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3년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관련 회의·행사를 챙겨야 해서다. 3시간 거리의 강원 평창도 수시로 오간다. 이번주에도 9일에 이어 11일에도 평창을 찾았다.

올림픽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주력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 등 그룹 현안도 일일이 보고받는다. 2013년 말 직접 발표한 자구계획안을 속속 이행하면서 시장 신뢰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다.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후 조직문화 쇄신 등 수습 방안도 직접 챙기고 있다.
○‘8부 능선’ 넘은 재무개선 작업

조 회장이 떠안은 세 과제 중 ‘재무구조 개선’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조 회장은 2013년 12월 5조5000억원 규모(대한항공 3조5000억원, 한진해운 1조9745억원)의 그룹 계열사 자금 확보 계획안을 직접 발표했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채권단과의 자구 약속이었다. 그로부터 1년2개월이 지난 지금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자구안 이행률은 각각 88%와 97%를 기록 중이다.

대한항공은 에쓰오일 보유 지분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 매각해 1조9830억원을 확보했고 올해 초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도 발행했다. 이를 통해 당초 자구안에서 약속했던 3조5000억원 중 3조830억원을 확보했다. 다음달 중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노후 항공기 44대를 매각하면 자구안을 100% 이행한다.

그룹 관계자는 “난항을 겪던 에쓰오일 지분 매각을 위해 조 회장이 지난해 6월 칼리드 알 팔리 아람코 총재를 직접 만나는 등 구조조정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구조조정도 진두지휘했다. 2013년 말 사모펀드(한앤컴퍼니)에 벌크전용선사업부를 팔아 3000억원을 확보했고, 지난달엔 스페인 알헤시라스 항만터미널 지분 75%를 1461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4월 한진해운 대표를 맡은 뒤에는 “흑자를 내기 전까진 연봉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경영 정상화 의지를 불태웠다. 이런 노력의 결과 한진해운은 지난해 8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년 만의 흑자전환이다.

○평창 준비와 땅콩회항 수습 ‘진행 중’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준비도 조 회장이 맡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는 지난해 7월 말 전임 김진선 위원장의 중도 사퇴로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설 경기장 공정률이 20%에 못 미치는 등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다. 연초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남북 공동개최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마다 조 회장은 “평창올림픽 경기 일정과 장소는 변함이 없다”는 말로 중심을 잡았다.

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이 바쁜 경영 일정에도 매일 조직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등 올림픽 준비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 회장은 재계 인사를 만날 때마다 지원을 읍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땅콩회항 사건 수습도 조 회장 앞에 놓인 숙제다.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이 터지자 조 회장은 올해 초 “일방적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사내외 인사들이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선 ‘발표 한 달이 지났는데도 한진그룹이 소통위 구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룹 관계자는 “소통위 구성과 관련해 조 회장이 직접 외부인사를 구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조만간 외부 인사 명단과 활동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아/이태명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