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슈트라우스 오페라 '장미의 기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는 독일어권에서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로 특히 극 중 왈츠는 음악사에서 거의 마지막에 속하는 인기 왈츠로 유명하다. 이 선율은 조역인 옥스 남작에게 주어진 것인데 “나와 함께한다면 너무나 긴 밤이란 없다네”란 호색한의 음탕한 자신감을 담고 있다.

오페라가 초연된 1911년은 세기말의 분위기와 아르누보의 우아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왈츠의 왕’이라는 요한 슈트라우스는 이미 죽었고 임박한 세계대전의 불안한 기운이 휴화산 분화구 밑의 마그마처럼 형성되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이 느긋한 왈츠가 오페라와 분리돼 독립적으로 연주될 때면 전혀 다른 뉘앙스로 들려오곤 한다. 아름다웠던 과거에 대한 아스라한 향수와 함께 돌이킬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이 합쳐져 묘한 슬픔을 안겨주는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