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이 연일 화제다. 1등석 승객에게 제공되는 견과류를 그릇에 담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 전 부사장이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폭언했다는 것이 사건의 골자다. 이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은 12월 17일 검찰에 출두했고 대한항공의 주가는 5.0% 하락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대한항공 사건으로 의도하지 않았던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이익을 보는 곳은 타 항공사가 아니라 사건의 중심 소재였던 땅콩, 정확히는 ‘마카다미아’와 관련된 업체들이다. 언론에서 해당 사건을 거론하며 꾸준히 마카다미아를 언급하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마카다미아로 향한 것이다. ‘마카다미아가 대체 무엇이기에’라는 호기심도 한몫했다.
포털 사이트에 ‘마카다미아 파는 곳’이 연관 검색어로 뜨기 시작하자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는 ‘긴 말은 않겠다. 그 땅콩(사실은 마카다미아)’이라는 짧지만 강력한 효과를 담은 문구와 함께 실제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브랜드 마우나로아의 마카다미아를 판매했다. G마켓에 따르면 “일명 ‘땅콩 리턴’ 사건이 대형 이슈로 부각된 지난 12월 8~9일 이틀간 마카다미아류 제품의 판매량이 1주일 전보다 149%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셜 커머스 쿠팡 관계자는 “대한항공 사건이 터지기 전인 12월 1일 평균 판매량의 3.5배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 내 수입 물품 판매 숍의 신수정 씨는 “예전부터 마우나로아 마카다미아를 판매했는데 최근 들어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170g에 2만5000원으로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인데 들여오는 족족 팔려 2통밖에 남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형 마트 홈플러스에서는 마우나로아가 아닌 넛츠월드의 마카다미아를 판매하고 있다. 일반 마카다미아는 한 봉(150g)에 4987원, 허니마카다미아(120g)는 한 봉에 7480원이다. 홈플러스 월드컵점의 판매원은 “아침에 재고를 들여오자마자 다 나가 ‘매진’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며 “‘땅콩 리턴’ 사건 후부터 줄곧 매진인데 수요가 갑자기 증가했다고 해서 들여오는 양이 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 12월 8일부터 14일까지 홈플러스의 마카다미아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252.7% 올랐다.
홈플러스 견과류 코너에서 마카다미아만 매진이다.대형 마트 마카다미아 연일 매진
이처럼 한 사건이 터졌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품이나 관련 장소가 갑자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된 사람의 패션을 따라하는 현상을 ‘블레임 룩(Blame Look)’이라고 부른다. 일례로 199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탈옥수 신창원이 입고 있던 화려한 티셔츠는 이탈리아 명품 미쏘니의 가품이었다. 신창원이 검거된 후 전량이 품절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2014년 시신으로 발견된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점퍼는 이탈리아 명품 로로 피아나의 제품이었다. 로로 피아나는 완제품이 없고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지는 명품 브랜드이며 유 전 회장이 입고 있던 점퍼와 유사한 제품들은 1000만 원대의 고가로 알려졌다.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로로 피아나 전문매장
1992년 국내에 처음 진출한 로로 피아나는 워낙 고가의 제품만을 판매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다. 로로 피아나 코리아는 현대백화점 본점 등 전국에 단 13개의 매장만 운영하며 특히 VIP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알기 어려웠다. 올해 7월 유 전 회장의 시신 발견과 함께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면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유벙언 세모그룹 전 회장이 사망 당시 입고 있던 로로 피아나 전문 매장. 로로 피아나는 원단도 따로 취급해 국내 맞춤 정장 제작 숍 여러 군데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로 피아나에서 직접 맞추는 것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같은 고급 재질을 사용할 수 있어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구의 맨체스타양복점은 “로로 피아나는 완성복 업체도 있지만 원단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며 “로로 피아나 원단으로 제작한다면 최소 250만~3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당시 로로 피아나는 유 전 회장과 연관된다는 점 때문에 홍보 효과에도 불구하고 당혹스러워했다. 실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적으로 대참사인데 이런 부분에 대해 부각될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공식적으로 코멘트를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건과 관련된 장소가 주목 받는 일도 있다. 최근 보도된 ‘정윤회 문건’ 사건의 정윤회 씨가 비밀 회동을 갖기 위해 드나들었다는 음식점이 화제다. 2013년 10월부터 강남의 중국 음식점에서 매월 청와대 비서진과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의 동향을 보고 받고 인사와 정책 관련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강남의 중국 음식점은 JS가든이며 현재 ‘정윤회 중식당’으로 통한다.
‘정윤회 중식당’ 예약조차 못해
JS가든은 오전 11시 30분부터 3시간 30분 동안 점심 손님을 받고 휴식 후 오후 5시 30분부터 4시간 40분 동안 저녁 손님을 받는다. 런치 세트 메뉴는 2만9000원에서 3만9000원대, 디너 세트 메뉴는 5만 원에서 8만8000원대로 다양하다.
문건에 거론된 압구정동점은 1주일 전 예약이 필수다. 최근 사건과 함께 유명해지면서 사전 예약을 하려고 해도 이미 꽉 차 있다. 예약을 하려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4인이어야 하고 식사가 아닌 요리를 주문해야 한다. 실제로 예약하기 위해 전화했을 때 12월 중순이었는데도 평일 점심·저녁 모두 연일 만석이었다.
관련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JS가든의 단골손님이었다는 정지석 씨는 “삼선짬뽕이 1만5000원으로, 혼자 종종 먹으러 왔는데 뉴스에 등장한 후 부쩍 예약 손님이 늘어난 것 같다”며 “가게 안의 손님들끼리 하는 대화에서 그 사건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사건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의외의 이득을 본 사례가 있다. 바로 영화 ‘설국열차’다. 지난해 8월 개봉된 ‘설국열차’에는 단백질(프로테인) 블록이라는 이름의 네모난 식량이 나온다. 중요한 것은 생김새가 해태제과와 롯데제과에서 판매되는 ‘연양갱’과 굉장히 닮았다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된 2013년 8월 1일부터 15일까지 G마켓의 양갱 매출이 2012년 같은 기간보다 186% 증가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는 164.7%, GS25에선 91.1% 증가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인터넷에 후기와 함께 ‘보고 나면 양갱을 먹고 싶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에 공감한 사람들에 의해 덩달아 양갱 매출이 올랐다.
이전에는 이렇듯 사건과 관련된 ‘반사이익’이 생겨도 그저 잠깐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만족하고 끝나는 일이 많았다. 사람들도 여론이 수그러들고 사건이 잊히면 관련 상품이나 장소를 자연스럽게 잊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론의 관심을 받아들이고 앞장서 이슈 마케팅을 펼칠 때가 많다. 앞서 소개한 G마켓의 마카다미아 판매 글이 한 예다.
예전과 달리 블로그나 카페 등 인터넷상 개인 공간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도 한몫하고 있다. 김만수 소셜미디어마케팅 전략연구소장은 ‘당신을 변화시켜 줄 SNS 세상’에서 “소셜 웹 시대에 접어들면서 바이럴 마케팅에 접목이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며 “바이럴 마케팅은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와 소비자 간에 자연스러운 입소문이 발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회성을 띤 입소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플랫폼에 올린 글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사건이 관심에서 멀어진 뒤에도 검색만 하면 다시 끌어올려지는 것이다.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AI) 기반 지적재산권(IP) 통합 솔루션 기업인 마크비전이 국내 대표 패SJ그룹과의 브랜드 IP 보호 협력 성과를 19일 발표했다.올해로 5년째 마크비전의 솔루션인 ‘마크AI’를 활용 중인 SJ그룹은 ‘캉골’, ‘헬렌카민스키’ 등 인기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기업이다. 브랜드 IP를 보호하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 2021년 4월부터 패션업계 최초로 ‘마크AI’를 도입한 바 있다.보유한 각 브랜드의 위조상품 및 무단판매에 대해 지난 1월 현재까지 총 13만4776건을 제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415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추가적인 매출로 이어졌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마크AI’는 전 세계 118개국 1500여개 마켓플레이스와 사회간접망서비스(SNS) 등에서 유통되는 위조상품 및 무단판매 사례를 AI 딥러닝 기반의 탐지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는 IP보호 솔루션이다.여러 기술 가운데 '마크AI' 내에서 악성 파매자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심층 분석하는 ‘셀러 인텔’ 기능이 주효했다. 판매자가 업로드하는 제품 이미지 순서와 제목, 상세 정보의 키워드 패턴 등의 특성과 사업자등록번호, 주소 등의 데이터를 AI 기술로 파악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악성 셀러를 식별한다.이는 상위 1%의 악성 셀러가 전체 위조상품의 30%를 판매하는 것에 착안해 개발한 기능으로, 단순히 위조상품을 찾는 것을 넘어, 악성 셀러의 오프라인 유통망까지 차단할 수 있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악성 셀러의 위조상품 유통과 무단판매 활동이 명확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SJ그룹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이끄는 제4 인터넷은행 설립 컨소시엄 '한국소호은행'에 OK저축은행이 참여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이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KCD는 OK저축은행이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를 전달했다고 19일 발표했다. 한국소호은행은 이미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농협은행, 유진투자증권 등 금융사가 합류를 결정한 컨소시엄이다. 이번에 저축은행까지 참여하기로 하면서 한국소호은행은 총 다섯 곳의 금융사를 제휴사로 확보하게 됐다.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KCD는 전국 170만 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는 업체다.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KCD는 저축은행 업계 2위 업체(총자산 기준)인 OK저축은행의 합류로 한국소호은행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중·저신용자를 폭넓게 아우르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OK저축은행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은 서민금융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금융기관으로서, 중·저신용자 전반을 아우르는 금융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OK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서민금융 노하우와 KCD가 캐시노트를 기반으로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하면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KCD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의 합류로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접수 준비가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있다"며 "모든 컨소시엄 참여사와 함께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소기업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하나투어가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채팅상담, 여행정보 AI 등 기존 AI 서비스를 통합한 멀티 AI에이전트 서비스 '하이'(H-AI)를 론칭했다고 19일 밝혔다.하나투어는 최신 AI 기술을 여행 서비스에 접목, 여행업계의 디지털 전환(DX)을 넘어선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AI 채팅상담 서비스 이용자 수는 7월 베타 출시 대비 10월 정식 출시 이후 432% 증가했고, 개인화 상담 고도화를 통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8일 열린 AWS 유니콘데이 2025에서는 생성형 AI 혁신 사례로 발표하기도 했다.하나투어가 이번에 론칭한 하이(H-AI)는 여행 특화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여행 정보 탐색 및 추천, 실시간 상담, 취소 수수료 조회 등 여행의 전 과정에서 토털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직접 질문하지 않아도 고객의 관심사와 최근 본 상품을 분석해 여행 일정과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의 요구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맞춤형 상담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이를 위해 단일 AI 모델이 아닌 여러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조합하고, 독립적인 특성을 갖는 AI 에이전트를 멀티로 구성하게 설계했다. 고객의 문의 맥락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모델을 자동 선택하여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오픈AI(OpenAI) GPT 계열 모델은 여행 일정 및 상품 추천과 같은 맞춤형 제안을 하고, AWS 클로드(Claude) 모델은 고객 문의 응대 및 정책을 안내한다.서비스명은 영어 인사말 '하이'(Hi)에서 착안해 언제든 친근하게 호출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이자 하나투어의 AI 기술 기반 서비스라는 의미다. 친근하게 인사하며 손을 흔드는 모양과 말을 거는 듯한 음성 파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