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가을학기제’가 을미년 새해 들어 또다시 교육계의 논란으로 떠올랐다. 3월에 새로운 학기를 시작해 이듬해 2월에 끝나는 현재의 학사일정을 바꿔서 가을학기제는 9월에 새학기를 시작하자는 주장이다.

일제강점기에는 4월에 신학기를 시작했으나 1945년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가을학기제로 바뀐 경험이 있다. 그러나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매년 한 달씩 앞당기는 방법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해 1953년 봄신학기(4월 신학기)로 돌아갔고 현재와 같은 3월 신학기는 1961년 정착됐다.
[맞짱 토론] '가을학기' 뜨거운 논쟁
이후에도 가을학기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두 차례 있었고 노무현 정부 때는 2011년부터 가을학기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통해 가을학기제 도입을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분분했던 사안인지라 언제 시행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가을학기제 도입에 대해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기획실장이 찬성론을,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가 반대론을 폈다.

찬성/ 세계적 흐름, 교육경쟁력 ‘열쇠’…오해 풀고 공론화 과정 필요
학사파행·부적절한 방학시기 등 고질적 난제 해결책


[맞짱 토론] '가을학기' 뜨거운 논쟁
가을학기제 문제가 다시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추진되다 재정적·사회적 비용 문제로 무산된 이후 7년 만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가을학기제 문제가 뜬금없다거나 특정 가치에 편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가을학기제 도입에 대한 찬반의 논지는 명확하다. 찬성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우리 교육의 국제적 통용성 및 국제경쟁력 제고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가을학기제가 보편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만 독자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문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반기를 학년 초로 하는 곳은 우리와 일본, 남반구의 호주뿐이다. 일본도 가을학기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사실 교육 분야에서 국제적 통용성 확보를 통한 유능한 인적 자원의 국제 유동성 제고는 우리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끌어올림은 물론이며, 직면한 대학 입학자원 감소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일 수 있다.

그런데 가을학기제로의 전환이 보다 중요한 이유는 학년 말만 되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학사파행 문제, 신학년도 준비기간 부족 문제, 방학시기의 부적절 문제 등 학교 현장의 고질적인 난제를 해소하는 가장 강력한 해결책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난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음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런 점들은 가을학기제가 교육이 아닌 경제적 이유로 추진된다는 잘못된 비판을 바로잡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을학기제는 그 도입 방안에 따라서 학생들의 사회진출 연령을 낮춤으로써 경제적 측면에서 기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름방학 중심의 학사 운영과 연계된다면 여름방학이 단순한 휴식기간이 아니라 주요 선진국과 같이 또 다른 교육의 장 및 인턴십 프로그램 이수의 기회가 돼 청년 취업에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을학기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요구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비용의 문제를 이유로 언제까지나 그 필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학생 수가 많이 감소됨에 따라 예상되는 비용의 상당부분이 감소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비용은 어떠한 전환방법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재정적 소요는 교육과정 개편의 주기성, 교육여건 개선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비용이 아닌 투자일 수 있다.
[맞짱 토론] '가을학기' 뜨거운 논쟁
제대로 된 공론화의 중요성은 가을학기제로의 전환에 따른 이익과 비용을 올바로 비교형량하고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전환방법을 함께 모색함에 있다. 지금까지 가을학기제로의 전환이 일부 유학생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우리 문화에 반한다는 주장 등 잘못된 오해로 인해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조차 거치지 못해왔다.

가을학기제로의 전환은 전술한 것과 같이 결코 일부 유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울러 현 3월 학기제는 일제침략기 때의 4월 학기제의 영향을 받아 1961년 군사정부시절부터 시작된 것이지 우리의 고유한 전통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근대교육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1895년의 ‘한성사범학교규칙’, 1900년의 ‘중학교규칙’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을학기제가 우리 문화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이와 같은 오해부터 풀고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 국제교류 수혜 계층 제한적, 혼란·비용만 유발…사회적 낭비
수능 일정 조정·기업채용도 문제…得보다 失 더 커


[맞짱 토론] '가을학기' 뜨거운 논쟁
지난해 말 교육부는 2015년도 경제정책방향(관계부처합동)의 일환으로 9월에 1학기가 시작되는 9월 학기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국제 인력 교류 활성화, 학사운영의 효율성 제고, 학제의 국제 통용성 제고 등을 강조하며 논의의 향방을 가을 신학기제 도입 쪽으로 유도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교육계와 사회 전반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이다.

일제 강점기에 채택됐던 4월 학기제는 1945년 광복 후 미 군정에 의해 9월로 변경됐으며, 1948년 건국 후엔 신학기가 해마다 한 달씩 앞당겨져 1953년에 다시 4월로 환원됐다. 지금의 3월 학기제는 1961년부터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반면 9월 학기제는 1997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2011년부터 도입하려고 서두르다가 사회적 합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9월 학기제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이 제도의 긍정적 측면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선 겨울방학이 짧은 9월 학기제가 1학기와 2학기 간 수업 내용의 연계성을 높여 학습의 집중도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긴 여름방학을 통해 교사연수나 학생들의 자발적 야외 활동을 진작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그리고 많은 선진국이 9월 학기제를 채택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교육분야의 국제적 교류를 보다 활성화하고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취학 및 교육과정 변화에 수반되는 학교·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을 위해 현행 교육제도 및 시설을 개정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게다가 교육분야의 국제적 교류 수혜계층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국민의 부정적 정서를 유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능 일정 조정,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시기 변경, 국가와 학교의 회계연도 조율 등 부수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된다.
[맞짱 토론] '가을학기' 뜨거운 논쟁
미국과 유럽 대다수 나라는 8~9월에, 호주와 남미 나라들은 대개 2~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고 있으며, 일본은 4월에 그리고 중국은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9월 학기제를 지지하는 입장은 ‘우리 교육이 세계적 추이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논리로 보면 일본, 호주, 남미의 교육 역시 세계적 추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의 교육 경쟁력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일본이나 호주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우수한 교육기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9월 학기제의 긴 여름방학에 대해서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의 교육계에서는 지나치게 긴 방학이 학년 간 교육의 연계성을 약화시키고 학업성취도의 지속적인 향상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며, 한국에서처럼 방학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9월 학기제 도입을 제안하고 이를 추진하는 교육전문가와 당국자들이 이를 모르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불찰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학기제는 한국 교육 전체의 시간대를 바꾸는 일종의 지각변동으로, 여기에는 혼란과 비용이 수반된다. 큰 득도 되지 않으면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변화는 사회적 낭비라는 점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