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김용범 토비스 사장 "모두 외면한 슬롯머신 모니터…고정관념 깨니 틈새시장 열렸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무역협회 선정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
2009년 국내 기업들 기피한 슬롯머신 시장 진출
5년 만에 확 휘어진 모니터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끝없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실행하면 답 나온다"
동작과 소리 인식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개발이 목표
2009년 국내 기업들 기피한 슬롯머신 시장 진출
5년 만에 확 휘어진 모니터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끝없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실행하면 답 나온다"
동작과 소리 인식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개발이 목표
곡선형 모니터는 누가 사다 쓸까. 세계적인 슬롯머신 제조업체들이다. IGT, 발리, WMS 등이 토비스의 곡선형 모니터를 구입했다. 이 시장에서 토비스는 올 하반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김용범 토비스 사장(53)을 지난 11일 만났다. 그는 이날 저녁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시상하는 ‘2014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수출에 기여한 기업인 가운데 매달 두 명씩 뽑는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 수상자 중 공로가 가장 큰 기업인에게 돌아간다. 토비스는 2008년 수출 2억달러를 달성한 뒤 6년 만인 올해 ‘4억불 수출탑’ 상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4812억원이었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회사 직원들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퇴보하지 말고 더 나은 성과를 계속 내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곡선형 모니터를 만들게 된 동기가 무엇입니까.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별화 전략입니다. 가로 세로 비율이 4 대 3, 16 대 9인 기존 모니터로는 이길 수 없다고 봤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규격에 맞춰 공급하는 ‘비규격 주문형 LCD(ASLCD) 제품’과 터치패널을 만들었습니다. 곡선형 모니터는 2009년부터 500억원을 들여 개발했습니다. 1000개가 넘는 LCD 패널을 깨뜨린 끝에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무역회사를 통해 소개받은 슬롯머신 제조업체들과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영상신호 스펙이 국제표준과 달라 다른 모니터 제조업체들은 외면하던 때였습니다.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니까 자연스럽게 해외 거래처가 늘어났습니다.”
▷틈새시장을 찾는 노하우가 따로 있습니까.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끝없이 생각하고 끊임없이 실행에 옮기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니까 문제가 해결되고 시장에 틈새가 열립니다. 나는 직원들에게 8개 핵심가치를 갖도록 말합니다. 고객중심, 투명경영, 완벽함, 탁월함, 실행, 준수, 도전, 관심입니다. 벽에 붙여 놓고 직원들이 판단을 내릴 때마다 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사 평가 과정에서도 성과 50%, 역량 25%, 핵심가치 25%를 반영합니다.”
▷과거 직장 경험이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됐겠네요.
“대우전자 영상연구소에서 일했을 때 쭉 영상기기 한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현우맥플러스는 대우전자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나와 창업한 회사입니다. 이때는 브라운관(CRT)과 TV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모니터라는 한 개 아이템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토비스를 설립했습니다. 토비스는 토털비주얼어플라이언스(Total Visual Appliances)의 약자입니다. TV나 PC용 모니터는 디자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형 등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면 그 모델을 버려야 해 위험 부담도 큰 편입니다.”
▷어려움은 없었나요.
“1998년 창업한 뒤 3년 연속 적자를 냈습니다. 회사도, 나 자신도 정말 어려운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01년 1월 폭설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했는데, 우회로를 찾아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거래처와의 미팅 약속을 지켰습니다. 어떤 악천후에도 약속은 지켜야 고객과의 신뢰가 쌓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기간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힘이 됐습니다. 그 이후에도 ‘고객과의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영상기기 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산업용 모니터 시장만 놓고 보면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카지노용 모니터 시장은 올해 18%가량 줄어든 것으로 봅니다. 내년에도 올해와 시장이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토비스는 사업 포트폴리오상 성장할 여력이 많습니다. LCM(액정표시장치모듈)도 크기가 커진다든지, 해상도를 높인다든지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체수요도 꾸준합니다.”
▷기업인으로서 고민도 많을 것 같습니다.
“회사의 미션과 사명을 놓고 오래 고민했습니다. 창업하기 전부터 ‘토비스가 왜 존재해야 하나’,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소를 세우고 싶다’는 등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것들을 놓고 씨름한 적이 많습니다. 연구소는 운영비 마련의 어려움으로 설립 초기에 가졌던 뜻이 변질되기 쉽습니다. 고민 끝에 정리한 생각이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입니다. 기부와 같은 방식으로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시장과 기업의 특성상 부침을 겪게 마련이어서 지속 가능한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적정기술을 개발해 사회의 약자와 공유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적정기술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십시오.
“인간과 사회에 궁극적으로 이로운 기술입니다.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경기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 관계없이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해 사회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토대로 내년에는 토비스가 개발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나 그 기술에 대한 수요 등을 파악하는 전담 직원을 둘 생각입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데.
“대기업에 가서 경력 등을 쌓고 싶어하는 젊은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경험을 쌓는 데는 중소기업이 더 유리합니다. 대기업처럼 한 분야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선 여러 분야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훨씬 많지요. 그런데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안정된 것만을 찾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기계와 사람을 이어주는 ‘인터페이스’ 구축 사업에 장기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출력을 담당하는 디스플레이와 입력 기능을 가진 터치스크린을 통합한 형태입니다. 버튼 대신 터치 방식을 도입했듯이 모션(동작)이나 소리 등을 인지할 수 있는 입력 기능을 향상시켜 기계와 사람이 소통할 수 있도록 기능들을 하나하나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연구인력이 150명 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하던 사업과 동떨어진 일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10년 내 1조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용범 토비스 사장은…
김용범 토비스 사장은 영상기기 분야 전문가다. 토비스(Tovis)라는 상호도 ‘토털 비주얼 어플라이언스(Total Visual Appliances)’의 약자다. 1986년 서울시립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전자 영상연구소에 입사해 브라운관(CRT)사업부에서 근무했다.
1995년부터 1998년 현우맥플러스 영상기기사업부에서 일한 뒤 토비스를 설립했다. 토비스는 2003년 TFT-LCM(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모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카지노용 곡선형 모니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6월 ‘제69회 이달의 무역인’ 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1일 ‘2014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으로 선정됐다. 2008년 ‘2억불 수출의 탑’ 달성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올해는 ‘4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김 사장은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이 체계적인 조직관리, 목표를 향한 자세, 고객에 대한 생각 등을 다듬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송도(인천)=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