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5년도 예산안’ 브리핑.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각 자치구에 올해보다 2099억원 늘어난 3조502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매년 25개 자치구에 조정교부금과 재정보전금 및 징수교부금을 나눠주고 있다. 전체 지원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건 조정교부금이다. 박 시장은 “자치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정교부금을 올해보다 1800억원 늘어난 2조1568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 말처럼 자치구 지원 규모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정교부금 재원은 서울시가 걷는 보통세의 21%다. 서울시가 올해 걷은 취득세 등록세 등 보통세는 11조26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에 비해 8000억원가량 늘어났다.

결국 서울시 의지로 지원금을 늘린 게 아니라 보통세 수입이 늘어나면서 이와 연계해 조정교부금이 1800억원 증가한 것이다. 기자의 이 같은 질문에 박 시장은 “자체적으로 늘어난 것은 있지만 지난해 정산을 통해 서울시가 구청들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381억원의 정산분을 받지 않기로 하는 등 생각보다 지원을 많이 했다고 실무진에서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서울 25개 구청은 2012년부터 조정교부금 재원을 보통세의 24%로 상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상보육, 기초연금,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 정책으로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구청은 내년도 신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기존 사업도 구조조정하고 있다. 올해도 각 구청은 서울시에 교부율을 높여달라고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끝내 거부했다. 교부율을 높일 수 없다는 서울시 입장은 단호하다.

이런 서울시가 중앙정부에는 무상복지에 소요되는 국비 지원율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정부가 ‘갑’ 행세를 하고 있다며 항상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25개 구청들은 “서울시야말로 구청들의 진정한 갑”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에는 국비 지원을 늘려달라고 압박하면서 자치구의 요구를 무시하는 건 자기모순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