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5분 현재 한라홀딩스는 전날보다 500원(0.77%) 내린 6만4700원을 기록 중이다. 장 초반 10%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장 초반의 급락은 한라그룹이 전날 밝힌 계열사간 지분거래 내용 때문이다. 우선 한라홀딩스는 한라(옛 한라건설)가 보유한 만도 지분 17.29%(162만주)를 3630억원에 매수하기로 했다. 또 만도 지분 10.4%에 대한 공개매수를 결정했다.
이는 한라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작업이다.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한라홀딩스는 기존에 만도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었고, 한라의 17.29% 매입 및 공개매수 10.4%를 통해 만도 보유지분을 28.7%까지 높일 수 있게 된다.
◆ 한라홀딩스, 프리미엄 적용해 또 한라 지원
이같은 과정은 앞서 만도가 그룹 지주사 전환을 위해 사업회사 만도와 투자회사 한라홀딩스로 분할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었다. 예상과 달랐던 것은 그룹내 지분 거래임에도 한라홀딩스가 한라의 만도 보유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한라홀딩스는 한라가 보유한 만도 주식을 주당 22만3500원에 매입키로 했다. 이는 이사회 결의일 전날 만도 종가에 15%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한라로의 자금 유입을 극대화했다는 해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라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해 한라에 대한 재무적 지원 위험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분할 전 만도는 지난해 4월 한라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자회사를 통해 약 3400억원을 투입해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바 있다.
◆ 정몽원 회장 위한 주가 약세 만들기?
한라가 보유한 한라홀딩스 지분 17.29% 가운데 7.28%를 8%의 높은 할인률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매도한 것도 한라홀딩스 주가에 부정적이란 분석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한라홀딩스가 15%(약 510억원)을 한라에 더 주는 셈이고, 8% 할인 블록딜을 통해 한라홀딩스의 기존 주주 가치를 하락시킨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그룹 대주주인 정몽원 회장의 한라홀딩스 지분 확대를 더욱 용이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블록딜에 따라 단기적으로 한라홀딩스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며, 당분간도 대주주의 지분 강화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정 회장은 만도와 한라홀딩스 지분을 각각 7.71%씩 보유하고 있다. 한라홀딩스의 만도 지분 공개매수는 만도 주식을 받고 한라홀딩스 신주를 주는 교환(스왑)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예정 교환비율은 만도 1주당 한라홀딩스 2.76주다.
이를 감안해 정 회장이 이번 공개매수에 전량 참여하면 한라홀딩스 지분을 25%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한라홀딩스 신주 발행가는 오는 17~19일 한라홀딩스 주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 기간 주가가 현재 수준보다 낮아지면 한라홀딩스 신주 가격이 더 싸지고, 정 회장은 더 많은 한라홀딩스 주식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