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우주선 블랙홀 통과장면 압권…뜨거운 가족 사랑도 돋보였다
스탠리 큐브릭 이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지적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스크린에서 미지의 세계로 탐험한다. ‘다크나이트’에서 미래의 범죄도시를 탐사했다면, ‘인셉션’에서는 관객을 꿈의 세상으로 데려갔다.

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지구의 종말을 예견하고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탐사한다. 그가 지적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이들 세상에는 나름대로 정교한 이론이나 규칙, 질서가 부여돼 있다는 점이다.

‘인터스텔라’는 물리학자 킵손이 발표한 웜홀(서로 다른 두 시공간을 잇는 구멍)을 통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 중력에 의해 공간이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등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우주탐험을 그려냈다. 여기에 아버지와 아이들 간의 뜨거운 가족애를 녹여냈다.

미래의 어느 시점, 지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거대한 황사가 자주 엄습하고 식량이라곤 옥수수만 남아 있다. 서서히 멸망해가는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은 농업이다. 그래서 조종사에서 농부로 직업을 바꾼 쿠퍼(매슈 매코너헤이)와 두 자녀는 단란한 삶을 산다. 쿠퍼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우주선의 비행사로 발탁된다. 우주선은 토성 근처에서 발견된 웜홀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과학 맹신주의로 괴물이 돼버린 선배 과학자를 만나 귀환하기 어려워진다.

우주를 사실적으로 그려 찬사를 받은 영화 ‘그래비티’가 성층권 주변을 보여줬다면 ‘인터스텔라’는 화성과 토성을 지나 웜홀을 통해 태양계를 벗어나고 태양계 밖 행성들에서 블랙홀(우주에서 중력의 작용으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구멍)을 통해 5차원 세계까지 도달한다.

우주 개척이란 플롯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와 비슷하지만 ‘아바타’가 상상으로 창조된 판타지 요소로 이뤄졌다면 이 영화는 입증된 과학적 지식 내에서 전개된다. 판타지 요소도 이성적으로 추측 가능한 선에서 표현됐다.

웜홀이나 블랙홀을 통과하면서 우주선이 시간여행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희망을 품고 도달한 태양계 밖 행성의 거대한 파도와 빙하지대 풍경은 우주와 외계 행성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보여준다.

이런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을 주면서 시공을 초월해 영원한 것은 사랑이란 메시지도 전달한다. 쿠퍼는 지구와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외계에서 수십년을 보냈지만 오로지 아들과 딸을 다시 보기 위해 위험한 귀향 길을 선택한다. 사랑이 없는 괴물 과학자와 가족을 향한 그리움에 가득한 쿠퍼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랑이란 점도 강조한다. 과학자의 소명의식도 곁들인다. 브랜드 교수는 인류를 구원하려는 과학자의 책임감으로 자신의 딸(앤 해서웨이)을 위험한 미지의 세상으로 보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