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 신축 논란 … "대학생 위해 필수적" vs "하숙업 주민 생계위협"
"그동안 인근 주민들이 학생들에게 일조한 부분이 있다. 대학 기숙사가 모자라 방이 없을 때 우리가 하숙이나 원룸을 운영했기에 학생들이 생활할 수 있었다." (연세대 인근 하숙집 운영 주민)

"반사이익을 누구보다 오래 누려온 하숙집, 고시텔, 원룸 운영자들이 피해자처럼 이야기한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이화여대 근처 하숙집 거주 학생)

최근 신촌 대학가에선 기숙사 신축 문제를 둘러싼 대학 측과 원룸 주민들 간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기숙사 신축공사가 한창인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기숙사 설립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선 원룸이나 하숙집 등보다 기숙사가 낫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기숙사 비용은 더 인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생존권이 걸려 있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연세대 서문을 나오자마자 수많은 하숙집과 원룸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신촌에서 18년간 하숙집을 운영했다는 이모 씨(68)는 "이곳은 평생 하숙을 하며 벌어온 노인들이 대다수" 라며 "기숙사 신축은 노후대책도 없이 살아온 이들에게 그냥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소리"라고 털어놨다.

하숙집을 운영 중인 한 주민은 인근 편의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이 줄어들어 하숙이 힘들다"며 기숙사 신축 문제에 대해 주민들이 모여 의논 중이라고 귀띔했다.

주민의 안내를 받아 인근 중개사무소에 들어섰다. 4명의 주민이 식사를 하며 기숙사 신축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신촌에서 20년 동안 하숙집과 원룸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간신히 빚 얻어서 하고 있는 사업을 대학이 하루아침에 망하게 하려 한다" 며 "학교를 상대로 하면 주민들이 이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생들이 그동안 해준 우리의 노력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다. 월세가 10년 전과 비교해도 전혀 안 올랐다"고 강조했다. "감사원과 청와대에 연세대 감사 청구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기숙사 불허 신청이 날 때까지 항의 집회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학교가 우리와 일절 상의도 없이 학생을 빙자해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며 "인근 주민들을 손톱의 때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원룸 주인만의 이익을 위해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 다른 주민은 "환경적 문제도 있다. 기숙사 신축으로 캠퍼스의 나무들이 다 잘려나간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대학 기숙사 신축 논란 … "대학생 위해 필수적" vs "하숙업 주민 생계위협"
학생들의 반응과는 온도차가 컸다. 신촌 일대의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은 기숙사 신축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연세대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은 "대학이 기숙사를 짓는 건 당연한 의무다. 1000만 원이 넘는 보증금과 비싼 월세를 감당하며 고시원과 하숙을 전전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숙사 배정이 안 돼 신촌에서 하숙을 하고 있다는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황수진 씨(21)는 "이화여대 후문이나 신촌 기차역 근처 하숙집과 고시원은 시설이 좋지 않은 데다 가격마저 비싸다"고 꼬집었다.

같은 대학 영어영문학과 권아영 씨(23)도 "후문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하곤 한다. 마치 학생들에게 그동안 많은 걸 해준 듯 주장하는 상황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4%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대 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 알리미’를 보면, 2013년 기준 연세대의 1인실 기숙사비는 월 55만2000원, 2인실은 21만8000원, 3인실은 20만5000원이다. 2~3인실의 경우 인근 원룸이나 하숙 비용보다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연세대는 현재 2644실인 기숙사에 추가로 168실을 더 지을 계획이다.

모 두 978실의 기숙사를 갖춘 이화여대는 1인실 기숙사비가 월 41만 원, 2인실은 월 25만6000원이다. 기숙형 프로그램인 ‘레지덴셜 칼리지’를 계획하고 있는 이화여대는 2016년 2월까지 2344명이 추가로 입사할 수 있는 대규모 기숙사를 건립해 기숙사 수용률을 현재 8.4%에서 20%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신촌에서 ‘참조은 부동산 컨설팅’을 운영하는 홍성호 사장(43)은 "생계가 걸려 있는 주민들은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기숙사를 짓는 취지는 좋지만 그러잖아도 경기가 힘든데 월세가 주수입인 인근 주민들은 배려하지 않은 것" 이라며 "주민과 학교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승은정 인턴기자(숙명여대 의류학과 4년) sss36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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