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 한 학과 두 교수의 '진흙탕 싸움'
서울 시내 사립 K대에서 신설된 지 5년째인 한 학과의 주도권을 놓고 두 교수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져 학교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수 간 갈등에 대학원생 등이 가세해 비방전이 난무하고, 급기야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K대 신산업융합과 Y모 교수(53)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학교 규정을 위반, 지난 13년간 대학원생 등으로부터 ‘학과자치기금’ 명목으로 2억원 이상을 개인 명의 통장으로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엔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측은 경찰 내사가 Y교수와 갈등 관계인 같은 과 M모 교수(43)를 지지하는 대학원생들의 투서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최근 해당 학과에서 두 교수를 둘러싼 학생들 간 신경전이 심했다”며 “Y교수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교수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신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Y교수는 ‘사실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산업융합과의 전신인) 벤처기술학과 교수로 있었던 2002년부터 학과 내 자치기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개인 명의 통장에 입금을 받아 각종 모임과 광고비 등에 사용했지만,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며 “나를 음해하려는 특정인의 신고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산업융합과는 특성화고 졸업자 특별전형으로 2010년 신설됐고, 올해부터 대학원 석·박사 과정도 개설됐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대부분 직장인과 벤처기업인이다.

학교의 다른 관계자는 “신산업융합학과나 그 전신인 벤처기술학과 대학원생들이 모두 직장인과 벤처기업인인 탓에 자치기금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학과 자금이 운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M교수는 Y교수를 지지하는 학생들로부터 지난 7월부터 퇴진 요구에 시달렸다. 학생들은 당시 “M교수가 대학원생 등 22명으로부터 78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이달 초 교원 인사위원회를 열어 M교수에 대한 징계 방침을 정했다. 상당수 학생이 ‘교수와의 신뢰’에 따라 자발적으로 빌려줬다’고 진술했지만 교수라는 직위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금전거래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M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는 법인 인사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대학 측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이 대학 고위 관계자는 “교수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올라 부끄럽다”며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사를 통해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은/김태호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