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공제회, 조합, 민간협회 등 각종 공제기관의 재무건전성을 직접 검사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지난달 24일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공제기관에 대해 ‘기초서류 요구’만 가능한 현행 193조를 ‘상품·재무건전성에 대한 협의 및 공동검사 요구’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교직원공제회의 부실 운영, 세월호 사태로 드러난 해운조합 비리 등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의 전문적인 감독·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금융위가 공동검사권을 갖게 될 대형 공제기관이 60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공제기관들에 대한 소관 부처의 감독이라 해봤자 금융회사 수준엔 결코 이를 수 없다. 사각지대도 없지 않다. 공제기관의 임원 자리는 주로 퇴직관료들의 낙하산으로 채우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금융위가 모든 공제기관을 감독대상으로 삼고 검사도 하겠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회원을 상대로 상호부조 성격의 공제상품을 파는 공제회, 조합 등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제도화된 보험상품을 파는 곳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소관 부처나 공제기관들이 이중규제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물론 일반인에게 민간 보험사와 동일한 보험 및 공제(유사보험)상품을 파는 경우라면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 우체국보험 신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에 대해선 이미 작년 5월 금융위와 소관 부처들이 보험회사 수준의 규제를 적용키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가 한·미, 한·EU FTA 협정에서 유사보험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약속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회원만을 상대하는 공제기관까지 금융위가 일일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의욕과잉에 가깝다.

공제기관들은 금융회사에 비해 감독이 느슨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공제기관이 제멋대로 운영돼 부실화된다면 해당 공제기관과 소관 부처에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공제기관에 가장 절실한 것은 부실을 유발하는 정치권의 입김을 막는 것이다.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금융위를 의심하진 않지만, 공제기관 검사권은 또 다른 권한 확대로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