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조아니 사이먼
사진제공=조아니 사이먼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자동화’에 대한 분별없는 의존은 끔찍한 재앙을 불러온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사라지고 중요한 일을 컴퓨터가 모두 하면서 인간은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채 지루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최근 신작 ‘유리감옥’을 펴낸 니콜라스 카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정보기술(IT)과 자동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가져올 재앙을 경고했다. 특히 무비판적으로 자동화에 심취하는 것을 ‘생각을 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않은 채 유리감옥에 갇힌 상황’에 비유하며 우려했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도 그랬듯이 자동화에 대해 꾸준하게 경고하고 있는데.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심취한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인다. 이런 기술로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삶의 즐거움에 방해가 된다.”

니콜라스 카의 신작 ‘유리감옥’
니콜라스 카의 신작 ‘유리감옥’
▷유리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기술이 우리 삶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쓰는 기술에 대해 보다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삶의 가능성을 좁히는 것이 아닌 넓히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책에서 자동화로 인해 직업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있다.

“과거 기계로 인한 자동화가 손으로 하는 작업 일부에 국한됐을 때는 파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직업을 창조해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훨씬 더 방대한 직업들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전문적인 직업, 지식집약적인 직업, 심지어 결단이 필요한 일도 들어 있다.”

▷‘유리감옥’을 읽다 보면 인류의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의 힘을 보다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인간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지루한 삶이 인류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책에서 강조한 ‘인간 중심의 기술’이란.

“엔지니어들은 기술 중심의 자동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우선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 뒤 모든 가능한 일을 컴퓨터로 옮긴다. 컴퓨터가 하지 않는, 남겨진 일들이 인간의 몫이 된다. 결국 인간을 점점 기계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자동화는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창조성, 비판적인 사고, 신선한 발상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컴퓨터로 하여금 사람을 돕게 한다.”

▷자동화에 오랫동안 적응되면 사람도 결국 로봇처럼 감정이나 느낌을 상실하고 오로지 효율성만 추구하게 될까.

“효율성을 너무 중시하다 보면 우리가 쉽게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평가절하할 위험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결국 점점 로봇처럼 될 수 있다.”

▷자동화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그렇다. 소셜미디어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나 친밀한 관계마저 자동화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유대감이란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희생이 필요한 법인데 이는 자동화된 시스템에서는 얻을 수 없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