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비밀 정원'으로 53세 등단한 박혜영 씨 "관습에 희생된 현실 말하고 싶었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불을 켰을 때 안채 대청에는 모든 것이 놀랄 만큼 제자리에 있었다. 늘 어머니가 앉곤 하시던 색 바랜 우단 의자가 쇠 난로를 향해 있고 그 앞에는 볼품없는 다리를 가진 느티나무 탁자가, 그 위에는 바느질 바구니와 성경책이, 지게문 옆의 쇠못에서는 묘자 아주머니가 젖은 손을 닦고 걸어둔 수건이 그대로 있었다.”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비밀 정원》(다산책방)의 배경은 수십년 전 강원 강릉의 한 종갓집이다. 주인공 ‘이요’는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 있다 돌아온다. 그는 ‘노관’이라 불린 종갓집에서 살았던 많은 사람을 떠올린다. 대장원의 토지에 마님과 아기씨와 도련님이 있고, 하인과 하녀가 있다. 언뜻 봉건 가문을 떠올릴 법하지만 소설 속 노관의 분위기는 서서히 개화의 물결을 받아들인다.
주인공의 성장 일대기 같은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어머니와 삼촌이다. 결혼 전에 서로 아는 사이였지만 이별 후 형수와 도련님으로 만난 두 사람은 이룰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하며 아파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했던 그 시대를 담담하게 그렸다.
작품을 쓴 박혜영 씨(사진)는 1961년생으로 50대에 문학상을 타며 등단했다. 소설가 고(故) 박완서 선생이 40대에 등단한 것에 비춰봐도 늦깎이 등단이다. 박씨는 20대 초반에 작품의 도입부를 만들었지만 병을 앓으며 펜을 잠시 내려놨고,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며 집필을 미루다 지난 3년 동안 작품을 완성해 세상에 내놨다.
그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많은 것이 자유로워졌지만, 우리 시대는 정치적으로나 사회가 암울했다”며 “사회 제도나 관습에 희생된 개인들의 시대적 질곡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황석영 씨는 심사평에서 “요즘도 이렇게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할 정도로 묘한 빈티지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호평했다. 소설가 하성란 씨도 “흘러간 시대의 이야기지만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주는 새로운 이야기”라고 치켜세웠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비밀 정원》(다산책방)의 배경은 수십년 전 강원 강릉의 한 종갓집이다. 주인공 ‘이요’는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 있다 돌아온다. 그는 ‘노관’이라 불린 종갓집에서 살았던 많은 사람을 떠올린다. 대장원의 토지에 마님과 아기씨와 도련님이 있고, 하인과 하녀가 있다. 언뜻 봉건 가문을 떠올릴 법하지만 소설 속 노관의 분위기는 서서히 개화의 물결을 받아들인다.
주인공의 성장 일대기 같은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어머니와 삼촌이다. 결혼 전에 서로 아는 사이였지만 이별 후 형수와 도련님으로 만난 두 사람은 이룰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하며 아파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했던 그 시대를 담담하게 그렸다.
작품을 쓴 박혜영 씨(사진)는 1961년생으로 50대에 문학상을 타며 등단했다. 소설가 고(故) 박완서 선생이 40대에 등단한 것에 비춰봐도 늦깎이 등단이다. 박씨는 20대 초반에 작품의 도입부를 만들었지만 병을 앓으며 펜을 잠시 내려놨고, 결혼과 육아를 병행하며 집필을 미루다 지난 3년 동안 작품을 완성해 세상에 내놨다.
그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많은 것이 자유로워졌지만, 우리 시대는 정치적으로나 사회가 암울했다”며 “사회 제도나 관습에 희생된 개인들의 시대적 질곡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소설가 황석영 씨는 심사평에서 “요즘도 이렇게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할 정도로 묘한 빈티지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호평했다. 소설가 하성란 씨도 “흘러간 시대의 이야기지만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주는 새로운 이야기”라고 치켜세웠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