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모병제 전환 가능한가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軍) 내 사고를 없애기 위해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모병제를 도입해 병역제도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군내 악·폐습이 일어나는 것은 젊은이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군 복무를 강제하는 구시대적인 제도 때문이고, 징병제 폐기를 군 개혁의 단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병제를 도입해 병력을 줄이는 대신 첨단 무기를 도입해 ‘소규모 강군’으로 전환하려는 목적도 있다. 군 복무를 직업적으로 선택하도록 해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력 유지를 위해 기존 징집제를 흔들어선 안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90만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육군과 대치하기 위해선 병력 감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모병제를 도입하면 임금 비용이 대폭 늘어나면서 첨단 전력화에 예산 투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현재 징집제로 유지되는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 등을 대체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반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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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상황에 맞는 적정 병력 규모 논의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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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제도는 군필자 가산점제도 논란, 고위공직자 병역비리, 양심적·종교적 이유의 병역거부 등의 사건마다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 전 국민적 관심사다. 그 이유는 헌법 39조 1항에 ‘국민 모두가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적혀 있듯 한국이 국민개병제적 성격의 ‘완전징집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역법 3조에는 ‘남성만 군대에 간다’고 돼 있어 엄밀하게 한국 병역제도는 ‘부분징집제’라고 봐야 한다.

징병제는 개인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입대시키는 제도다. 군은 쉽게 병력 및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징집 인력에 낮은 보수를 주면 국방예산도 절약된다. 완전징집제를 시행하면 병역대상자 대부분이 현역으로 입대하기 때문에 사회 계층적인 대표성이 확보되고 형평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남성병역자원이 군 소요인력보다 많다. 이 때문에 국민개병주의에 기초한 완전징집제가 불가능하다. 입대하지 않는 인력이 현역에 준하는 전·의경, 소방요원, 해경 및 사회복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의 형태로 활용되고,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빚어진다. 여성은 병역 미필자원으로 간주돼 논란이 더욱 거세다.

징병 인력은 군 복무기간 민간 부문에서 활동해 얻을 수 있는 보수만큼의 ‘묵시적 과세(implicit tax)’ 또는 ‘현물세(natural tax)’를 국가에 납부하고 있다. 병사 월급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적다. 즉 징집된 개인에게 군 복무는 이면적 기회비용이 된다. 그 나이대 남성의 학력·연령·계층·근속연수별 급여를 감안해 계산해 보면 작년 눈에 들어나지 않는 사회적 비용은 10조원에 달한다.

징병제를 낮은 보수로 국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하는 것은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다.

또 징병제 군에선 병사 인력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징집된 병력은 시장 가격보다 낮은 보수를 받으므로, 무기장비와 병력 간의 상대가격이 왜곡된다. 현대전에 부적합한 ‘노동집약적’인 군이 되는 것이다. 병력 중심의 군대가 국내 방위산업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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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모병제는 인간의 자발성과 동기유발, 산업사회의 분업제도라는 시장논리에 입각해 있다. 병역 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면서 군이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징집 병력과 비교해 전문화할 수 있고 개개인의 전투력이 높아지면 병력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모병제 전환에 필요한 정확한 비용을 추정키 위해선 국내 안보상황에 걸맞은 적정 병력 규모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과도한 ‘인구 대비 병력비율(약 1.3%)’을 유지하긴 어렵겠지만 프랑스(0.6%), 영국·독일(0.3%) 모델을 놓고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간부 대비 병사 비율을 4 대 6가량으로 하고 인구 대비 병력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0.6%로 유지하면 추가 비용 부담 없이 현재의 예산만으로 모병제 전환이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다.

동북아의 안보 상황과 미래지향적 군사력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군이 모병제 전환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병역제도를 둘러싼 갈등과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사회적 비용 최소화 측면에서 모병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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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 모병제 전환 가능한가
최근 군대 내 반인권적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하며 잘못된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일환으로 모병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모병제 전환은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불거진 것으로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현재 징병제를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 대표적 모병 국가인 미국에서도 병사 간 구타나 가혹행위 등 반인권적 사건과 자살사고로 고심하고 있다. 반면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은 문제가 적다. 군 내 사고는 병역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군 운영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 정당한 권위에 의한 통솔, 사회와 비슷한 수준의 군내 인권 및 법 질서 확보, 전투와 훈련 중심의 군 존재 목적에 대한 강조 등을 폭넓게 고민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병역제도는 국가의 정치·경제·군사적 상황 등에 따라 선택된다. 국가가 직면한 여러 여건에서 무엇이 더 적합한지를 찾는 ‘상황 선택’ 문제인 것이다. 각 병역제도의 장단점 논의보다는 왜 모병제로 전환하기 어려운지를 짚어보는 게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모병제 전환은 국가 재정 부담 능력에서 어렵다. 국방개혁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63만여명 수준의 병력 규모가 2022년까지 52만2000명으로 감축된다. 2022년 전체 군인 가운데 병의 구성비는 57.5%로 이를 모병제로 전환하면 최소 6조8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직업군인에게 지급되는 피복, 급식과 연금성 보험에 들어가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군인뿐 아니라 현재 징병으로 충원되는 전·의경 및 의무소방대원, 해양경찰, 사회복무요원을 대체하려면 2조원 이상이 추가로 든다.

필요 병력 획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병력을 30만명으로 줄이고 모병제 국가들처럼 40%가 병사라고 가정하면 총 12만명을 ‘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매년 4만명(3년 복무 가정 시)의 병력이 지원병으로 충원돼야 한다는 의미고, 매년 20세 남성인구 20만명 중에서 20%에 해당하는 인력이 직업으로 군 복무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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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년 고학력 추세를 감안할 때 직업 병사로 근무하는 것 역시 기피될 가능성이 높다. 고학력화 문제가 우리보다 덜한 일본과 대만 군에서도 현재 인력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대만은 병력 규모를 대폭 줄였음에도 모병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모병제 전환 시 병사로 복무하는 인력이 일부 저소득·저학력 층으로 특정될 가능성도 높다. 이는 ‘국민의 군대’라는 대표성이 약해짐을 의미하며 현재 징병제에서보다 더 심각한 사회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통일을 고려한다면 모병제 전환은 더욱 요원하다. 통일 진전 시 우리 병역제도가 모병제라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급변사태에 의한 흡수 통일이든 합의 통일이든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도 통일 후 20여년이 지난 2012년에야 모병제 전환이 완료됐다. 선진국의 모병제 전환은 군사적·경제적 상황 변화의 결과다. 안보 위협이 줄면서 대규모 국방력 유지가 불필요해졌다는 점이 모병제 전환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최근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취해지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모병제 전환 논의에 집중하는 것은 병영문화 개선에 맞춰야 하는 정책적 초점을 분산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