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꿈팀 학생들이 체코 프라하에서 줄인형(마리오네트) 조작 방법을 배우고 있다.
길동무꿈팀 학생들이 체코 프라하에서 줄인형(마리오네트) 조작 방법을 배우고 있다.
지난 4일 체코 프라하 3구역에 자리한 줄인형(마리오네트) 제작업체 ‘툴라즈 마리오네티’의 작업장. 최단비(숭실대 학부언론홍보학과 4학년) 김성수(성공회대 디지털컨텐츠학과 4학년) 씨 등으로 구성된 ‘길동무꿈’은 보리수나무를 깎아 만든 인형 부품에 색칠을 하고 있었다. 인형의 관절을 소가죽 끈으로 연결하고 손과 무릎 부위에 실을 매달자 동화 속 인물이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연기를 펼쳤다. 김성수 씨는 “나무토막에 생명을 불어넣은 느낌”이라며 “섬세하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게 마리오네트 인형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만석동 쪽방촌인 괭이부리마을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온 길동무꿈 팀은 한국장학재단이 주최하는 대학생 해외체험행사인 ‘지구별꿈도전단’에 선발돼 이달 초 체코 프라하를 찾았다. 빈민촌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이들은 그동안 관절인형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인형극 공연을 해왔다. 그러나 인형극이 아이들만을 위한 공연 수준에 머문다는 데 한계를 느껴 줄인형 배우기에 나섰다. 팀장인 최단비 씨는 “줄인형은 한 사람이 인형을 조종할 수 있는 데다 다양한 무대 배경이 가능하다”며 “성인들조차 즐기는 체코 인형극에서 많은 것을 배워 국내 지역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이 기금을 출연하고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지구별꿈도전단은 2012년 말부터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에 대학생들의 해외체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3~4명의 학생이 팀을 이뤄 진로·취업과 관련한 활동이나 사회공헌·봉사 활동, 체험·도전 활동 등 학생들이 방문지역과 활동 계획을 정하게 하고 팀당 1000만원 안팎의 경비를 지원한다. 세계를 누비며 꿈과 끼를 키우고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도록 돕자는 취지다.
지우개팀 학생들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치즈 제조과정을 견학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지우개팀 학생들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치즈 제조과정을 견학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지우개’팀은 이번에 ‘농산물 지리적 표시제’가 발달된 벨기에와 프랑스, 이탈리아를 탐방하며 국내 농업경쟁력 제고방안을 탐구했다. 지리적 표시제는 단순히 생산지만 표시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춰야 하는 인증으로 국내에서는 보성녹차나 횡성한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 1500여개 농장과 110개 치즈공장이 결성한 ‘모차렐라 디 부팔라 캄파나 치즈조합’을 방문한 지우개팀은 농장에서 버펄로 물소의 젖을 짜는 과정과 공장에서 우유를 치즈로 가공하는 과정을 체험하며 이 지역 모차렐라 치즈의 국제경쟁력을 배웠다. 연간 240t 규모의 모차렐라 치즈를 생산하는 업체 ‘일 카소라레’의 도메니코 라 베체키아 대표는 “2000년 전부터 업체들이 대를 이어가며 생산해온 노하우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 모차렐라 치즈에만 ‘모차렐라 디 부팔라 캄파나’라는 브랜드를 붙일 수 있게 했다”고 강조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별꿈도전단 활동을 벌인 학생들은 세계와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길동무꿈팀의 줄인형 제작 체험을 도운 파벨 툴라즈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그 에너지가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고 조언했고 길동무꿈팀은 체코에 이어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린 거리극축제(라스트라다)에도 참가해 인형극의 세계적 흐름을 익혔다. 지우개팀 강충한 팀장은 “유럽 각 지역이 특산품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며 “우리도 막걸리 김치 등 생산자의 조직화와 제품 브랜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하/나폴리=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