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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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는 지난해 9월 ‘빅 투 그레이트(Big to Great)’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단순히 ‘큰 기업’을 벗어나 ‘위대한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처음 이 문구를 접하면 왠지 신용카드회사 치고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위대함을 향해 진화 중인 큰 기업이라는 점에 동의하게 된다. ‘빅데이터 경영’을 앞세워 ‘지도에 없는 길’을 개척 중인 행보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신한카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카드 1위’ 넘어 전체 금융사 ‘브랜드 파워 1위’

신한카드 가입자는 2125만명(6월 말 기준)으로 업계 부동의 1위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고객인 셈이다. 작년 시장 점유율은 22.3%(개인 신용판매 시장 기준)다. 2위그룹인 삼성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의 14%를 멀리 따돌렸다. 수익성도 돋보여 작년 총자산수익률(ROA)이 3%로 업계 평균(2.1%)을 크게 앞선다.

신한카드는 1억건이 넘는 카드 정보 유출로 업계가 위기에 빠진 올 들어 ‘1등 DNA’를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1분기 순이익이 1412억원으로 KB국민카드(940억원) 삼성카드(670억원) 등과 격차를 벌렸다.

신한카드는 2007년 LG카드 인수에 성공하며 선두에 올랐다. 신한그룹의 금융 노하우가 LG카드의 영업력과 상승 작용을 낸 덕분에 가장 성공한 금융회사 합병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그룹 이익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에 80~90% 의존하는 기형적인 사업 구조로 고전 중인 것과 차별화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이 바닥으로 추락할 때 신한금융지주만 연 2조원 안팎의 이익을 꾸준히 낸 것도 신한카드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 덕분이다.

신한카드는 업계 1위를 넘어 금융권 전체에서 나름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등 올 들어서만 10여개의 브랜드 상을 휩쓴 데서 잘 드러난다. 브랜드스탁의 올 1분기 브랜드 가치를 평가에서 신한카드는 은행 보험 등을 제치고 금융회사 부문 1위에 올랐다.

고객 위해 손해 감수하는 ‘맏형 리더십’

신한카드는 올 들어 실적 뿐만 아니라 ‘리딩 컴퍼니’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른바 ‘맏형 리더십’이다.

신용카드업계는 정보 유출 사태 후 중소 가맹점에 보급할 1000억원 규모의 IC 단말기 분담금을 놓고 팽팽한 대립을 거듭해 왔다. 카드 사용자들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단말기 교체가 시급했지만 분담금 합의 방식에 따라 수십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라 협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답답한 상황에서 신한카드는 지난 6월 분담금을 30억원 더 출연하는 결단으로 매듭을 풀었다. 당장의 이익 때문에 사분오열하기보다 사태를 추스르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 ‘맏형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해외 브랜드 카드를 국내에서 사용할 때 소비자에게 부과해온 수수료를 철폐하는 일도 앞장서 해결했다. 아멕스를 설득해 수수료 면제 결정을 이끌어냈다. 또 카드회사마다 다르게 평가하는 포인트의 가치를 ‘1포인트=1원’으로 통일해 고객의 사용 편의를 높였다.

“빅데이터 경영으로 ‘지도에 없는 길’ 개척”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작년 8월 취임과 동시에 빅데이터 경영을 선언했다. 2200만 가입자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창조적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석이다. 디지털 경제 확산으로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이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도에 없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빅데이터 경영은 최근 속도를 더하고 있다.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문화관광체육부와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빅데이터 분석 협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킨텍스 LG전자 마스타카드 SK텔레콤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전략적 제휴를 선언했다. ‘빅데이터=신한카드’라는 인식도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빅데이터를 선점하면 유통·제조 등 여러 업종과의 협업이 가능해져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신한카드의 판단이다.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끌어올려 내년에는 ‘신한카드 지수’도 선보일 방침이다. 연령·성별·지역·소득 수준별 분석으로 소비 트렌드나 경기 방향을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다.

신개념 카드브랜드 ‘코드 나인’ 돌풍 주목

신한카드는 지난 5월 신개념 카드체계 ‘코드 나인(Code 9)’을 선보이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코드 나인은 앞으로 내놓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 마케팅에 적용하는 등 신한카드의 DNA 기능을 할 빅데이터 기반의 상품개발 체계다.

신한카드는 코드 나인에 기반해 세대와 계층을 초월해 비슷한 소비 패턴을 공유하는 집단을 남녀 각각 9개 그룹으로 나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남성은 ‘친구 같은 아빠(프렌드 대디)’ ‘사회활동이 활발한 중·노년(브라보 라이프)’ 등으로, 여성은 ‘자녀 교육에 매진하는 엄마(알파맘)’ ‘건강과 편리함을 챙기는 시니어(실버 레이디)’ 등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2200만 가입자의 소비 패턴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외부 빅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만큼 차별화한 상품 개발과 서비스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드 나인은 6~7월 두 달 동안에 벌써 3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신한카드의 다음 행보에 카드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