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A씨(20)는 남자친구와 관계한 뒤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지난달 산부인과를 찾아다니며 중절수술을 문의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낙태 자체가 불법인 만큼 쉽지 않다는 답변만 들었다. A씨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유통된다는 수입 낙태약 ‘미프진’을 인터넷 검색으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었다. 미프진은 수입 금지 품목인 데다 해외에서 구입할 때도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약품이다.

임신 6주차였던 A씨는 미프진 복용 이후 낙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10일 연속으로 하혈과 현기증에 시달려야 했다. A씨는 “검증도 되지 않은 약을 인터넷에서 사 복용한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미프진이나 의사 처방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는 싸이토텍 등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경찰이 판매 사이트를 수시로 폐쇄하거나 판매책을 잡아들이고 있지만, 완전 근절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자들이 수시로 사이트 계정을 바꿔가며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 있어서다.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미프진 판매’를 검색하면 각종 낙태약과 불법 약품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수십곳 뜬다. 이들은 주로 ‘카카오톡’을 통해 거래하고 있으며, 가격은 35만~50만원 사이다.

위장약인 싸이토텍도 이들 사이트에서는 낙태약으로 거래된다. 가격은 40만~50만원 수준으로 미프진과 비슷하다. 주로 내과에서 위궤양 치료를 위해 쓰는 약인데, 산부인과에서는 처방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만 유도 효과가 있어 낙태약으로도 활용되는 실정이다.

‘가짜 낙태약’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프진이나 싸이토텍을 판매한다고 홍보하면서 중국산 가짜약을 섞어 파는 것이다. 김종석 진오비산부인과 원장은 “임신 10주가 넘어선 상태에서 미프진이나 싸이토텍을 복용하면 심한 하혈과 각종 합병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