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밀린 한국영화…점유율 43%로 '뚝'
지난해 2년 연속 관객 1억명을 돌파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한국 영화가 올 상반기에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화 관객 수는 크게 늘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4153만명으로 시장점유율 43%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556만명)보다 1403만명(25%) 감소했다. 점유율은 16%포인트 곤두박질했다. 한국 영화 점유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건 2011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이다.

◆한국 영화 기대작 참패…외화는 약진

상반기에 30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한국 영화는 ‘수상한 그녀’(865만명), ‘역린’(384만명), ‘끝까지 간다’(312만명) 등 3편에 불과했다. ‘7번방의 선물’(1281만명), ‘베를린’(716만명), ‘은밀하게 위대하게’(695만명), ‘신세계’(468만명), ‘박수건달’(389만명) 등 흥행작이 꼬리를 물었던 지난해 상반기와는 판이한 모습이다.

상반기 극장가의 총 관객 수는 965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영화 부진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0만명 줄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외화는 1201만명 늘어난 5496만명을 기록했다. 점유율도 41%에서 57%로 뛰었다. 외화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는 흥행 상위 10위권에 ‘아이언맨3’ ‘월드워Z’ ‘레미제라블’ ‘맨 오브 스틸’ 등 4편이 진입했지만 올해는 5편으로 늘었다. 관객 수도 한국 영화를 압도했다. ‘겨울왕국’(1029만명)을 비롯해 ‘엣지 오브 투모로우’(438만명)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431만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416만명),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396만명) 등이다.

◆실패 원인은 스토리와 연출력 부족

상반기 한국 영화가 흥행 부진에 시달린 건 세월호 참사 여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참신한 이야기와 연출력을 갖춘 작품이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톱스타를 앞세운 기대작들이 관객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우는 남자’(60만명)가 대표적이다. 흥행작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연출하고 장동건이 주연한 이 작품에는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그러나 킬러의 개과천선이란 스토리는 진부했고 액션도 새롭지 않았다.

하지원 등이 출연한 한국판 ‘미녀 삼총사’ 격인 ‘조선 미녀 삼총사’(48만명)도 마찬가지. 7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액션 연출력이 부족했다. 여주인공들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상대를 때려누이는 장면은 전혀 실감 나지 않았다. 송승헌이 불륜에 빠지는 ‘인간중독’(144만명)은 평범한 이야기였고, 차승원이 여장남자 형사로 나온 ‘하이힐’(34만명)은 독특했지만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반면 올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넘긴 ‘겨울왕국’은 마법을 지닌 공주 엘사와 언니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안나의 이야기를 통해 독립적인 여성상을 부각하면서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노래까지 히트시키는 문화현상을 만들었다. 국내 여가수들은 주제곡 ‘렛잇고(Let It Go)’ 커버 영상을 만들었고, 각종 패러디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장악했다. 여행상품과 아이들의 장난감 등 원소스 멀티유즈 효과도 일어났다. 이야기와 연출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할리우드에 밀린 한국영화…점유율 43%로 '뚝'
CJ E&M 관계자는 “7~8월 여름 휴가철에 ‘명량’ ‘해적’ ‘해무’ ‘군도’ 등 한국 영화 화제작들이 쏟아질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관객 수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