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의 실무 책임자인 국장 자리 중 공석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한경 보도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10개 경제부처에만도 20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부처별로는 기재부가 5개로 가장 많고 복지부와 국토부가 4개, 산업부 3개, 공정위 2개, 미래부 고용부 각각 1개 등이다. 이 중 기재부 관세정책관 자리는 8개월째,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자리는 7개월째 비어 있는 상태다.

이처럼 여러 부처에서 장기간 국장 자리가 비게 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태다. 국장은 각 부처 국단위의 실무 총책임자다. 요직 중의 요직이 바로 국장이요 공직의 꽃이라고 불리는 자리가 또한 그렇다. 이런 자리를 비워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정공백이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됐는가. 개방형 공모가 늦어진 것도 일부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청와대의 소위 ‘OK 사인’이 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정무직도 아닌 2, 3급 국장급 인사까지 일일이 챙기고 있다.

물론 이번 정부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그 정도가 훨씬 심해진 것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여러 부처에 장기간 공석을 남겨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곤란하다. 사실상 정무직으로 불리는 1급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장급 인선에까지 시시콜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여러 가지 해독을 낳게 된다.

우선 장관을 허수아비로 만든다. 인사권이 없는데 그 어떤 국장이 장관의 말을 믿고 따르겠는가. 조직의 영이 서지 않는 것은 물론 정책도 제대로 집행될 리 만무하다. 청와대는 공무원들이 일손은 놓고 모두 위만 쳐다보고 있게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조속히 인사를 매듭짓는 것이 낫다. 대통령이 아무리 장관들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한들, 소신껏 일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장관에게는 인사권을 포함해, 그에 합당한 실질적 권한을 줘야 한다. 그래야 직급별로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지면서 비로소 일이 돌아가는 것이다. ‘책임 총리’ 논란이 있었지만 진정 필요한 것은 ‘책임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