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알 카즈네.
페트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알 카즈네.
페트라를 실제로 보기 전, 큰 기대를 일부러 하지 않았다. 장엄함에 대한 기대는 실재와 마주하는 순간 언제나 허망해져 버리곤 했으니까. 하지만 페트라는 그렇지 않았다. 붉은 사암의 협곡 사이를 지나 느닷없이 출현하는 신전 앞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눈을 비벼야 했다.
좁은 협곡을 통과해야만 페트라에 닿을 수 있다.
좁은 협곡을 통과해야만 페트라에 닿을 수 있다.

페트라, 천년 전 고대도시와의 조우

페트라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약 150㎞ 떨어져 있다. 차로 3시간여를 가야 한다. 버스 창문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황량하다. 사막에는 드문드문 커다란 전신주가 서 있고 길은 무심한 듯 사막을 가로지르며 나 있다. 가끔 지평선 가까이에서 모래바람이 인다.

페트라 앞에 서자 왜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에서 왜 이곳을 성배를 숨겨놓은 장소로 설정했는지, 외계인이 그들의 운명을 건 열쇠를 이곳에 숨겨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시 세상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많고 직접 눈으로 봐도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일들 투성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가 말을 타고 협곡 사이를 달리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만나는 장밋빛 신전이 바로 고대 도시 페트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알 카즈네(Al Khazneh)다. ‘트랜스포머’에도 등장한다. 외계 로봇 종족의 운명을 가를 열쇠가 신전 암벽 뒤에 감춰져 있는데, 이 신전이 바로 ‘알 카즈네’다.

영화 촬영지로 활용된 건축물 알 카즈네

요르단 전통 요구르트.
요르단 전통 요구르트.
페트라는 ‘바위’라는 뜻을 지닌 고대 도시다. 2000여년 전 세워졌다. 기원전 6세기께 아라비아 반도에 정착한 유목 민족인 나바테아인이 도시를 세운 주인공이다. 맨몸으로도 오르기도 힘든 해발 950m의 바위투성이 고지대에 이 도시를 건설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페트라 입구에 자리한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알 카즈네까지는 ‘시크(Siq)’라고 불리는 협곡을 따라 약 3㎞를 가야 한다. 여행자들은 높이가 100m를 넘는 바위들이 2~3m의 좁은 폭으로 형성돼 있는 시크를 걸으며 저마다 웅장한 페트라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렇게 좁고 긴 시크를 통과하다 보면 협곡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조금씩 많아진다. 그리고 붉은색 암벽으로 이뤄진 건축물이 드러난다. 알 카즈네다. 기원전 100년께 건축된 알 카즈네는 6개의 원형 기둥이 받치고 있는 2층 형태의 신전 건물로 너비는 30m, 높이는 43m에 달한다. 1, 2층 정면에는 제우스신의 쌍둥이 아들인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기마상과 풍요의 여신인 알우자 등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베두인 텐트서 잊지 못할 하룻밤 체험

붉은 사막 와디 럼. 사륜구동차를 타고 짜릿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붉은 사막 와디 럼. 사륜구동차를 타고 짜릿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알 카즈네를 지나 협곡을 따라 가면 바위산을 깎아 만든 도시가 나타난다. 절벽을 파내서 만든 33층의 계단 형태의 원형극장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데, 당시 종교 의식과 다양한 회의 장소로 사용됐다고 한다.

원형극장을 지나 절벽길을 따라 올라가면 내부에 십자가가 새겨져 있어 수도원으로 보이는 건물이 나온다. 데이르 수도원인데 입구의 높이가 8m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외에도 신전, 수도원, 목욕탕 등이 남아있는데 모두 탄성을 자아낼 만큼 뛰어난 유적들이다. 페트라에선 지금도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까지 발굴된 유적지는 700여곳.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유적이 99%가 넘는다고 한다.

요르단하면 와디 럼(Wadi Rum)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무대다. 와디 럼은 암만에서 남쪽으로 320㎞ 떨어져 있다. 면적이 720㎢에 달하는 광활한 사막이다. 언뜻 평지처럼 보이지만 가장 낮은 곳도 해발 1000m인 고지대다. 달리다 보면 수백m씩 솟은 바위산들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와디 럼에는 아직도 낙타를 몰고 살아가는 베두인들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 여행자들도 찾아든다. 지프를 개조한 트럭을 타고 사막을 여행한다. 열기구와 경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수도 있다. 사막에는 여행자를 위한 베두인족 텐트도 마련되어 있는데,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된다.

높은 염도로 인해 가만히 누워 있어도 몸이 둥둥 뜨는 사해.
높은 염도로 인해 가만히 누워 있어도 몸이 둥둥 뜨는 사해.
사해, 가만히 있어도 몸이 둥둥 뜨는 바다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인 사해도 요르단에 있다. 보통 바다 염도의 약 5~6배인 사해는 피부병이나 류머티즘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해에서 동쪽으로 4㎞ 지점에 위치한 마인 온천은 ‘폭포 온천’이다. 낮은 산에서 섭씨 55도의 폭포가 떨어지면서 알맞게 식어, 폭포 아래에 고인 물로 천연 스파를 즐길 수 있다. 2000년 전 헤롯왕이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제라쉬는 요르단 북부에 자리한 도시다. 암만에서 약 50㎞ 떨어져 있다. 요르단에서 가장 큰 유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기독교인들과 이슬람인들이 이 도시를 두고 뺏고 빼앗기는 역사를 되풀이했다. 700년께 있었던 지진으로 도시의 대부분이 흙더미 아래 묻혔는데, 일부를 발굴해 놓았다. 제우스 신전을 비롯해 광장, 극장, 문 등 고대 로마의 유적을 만날 수 있다.
요르단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의 붉은신전 '아라비아의 로렌스' 바위사막…발길 닿는 곳마다 감탄
여행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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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요르단 간 직항 항공편은 없다. 요르단항공, 에티하드항공, 대한항공 등으로 방콕, 두바이 등을 경유해야 한다. 입국 시 암만공항에서 20요르단 디나르(JOD)를 내면 바로 발권해준다. 유효기간 1개월. 1JOD는 약 1600원이다. 암만에서 페트라까지는 약 3시간 거리. 페트라 국립공원 하루 관람료는 50JOD. 페트라~와디 럼~아카바 코스가 요르단을 여행하는 가장 일반적인 루트다. 요르단 관광청 홈페이지(visitjordan.com) 참조. 해발 850m에 있는 암만의 옛 이름은 ‘필라델피아’다.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정복자 필라델푸스(재위 기간 BC 285~246년)의 이름을 따 온 것이다. 옛 성터 ‘자벨 알 칼라’에 오르면 황토색으로 칠한 직사각형의 집들이 레고 블록처럼 들어선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