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노인 10명 중 3명은 평생 해온 일과 관련이 없는 직종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다시 노동시장에 들어온 노년층이 생애 동안 쌓은 경험과 능력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취업 노인 10명 중 3명, 전혀 딴 일 한다
6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55~79세) 부가조사에 따르면 재취업자(최근 1년간 취업자)는 지난해 기준 670만8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455만7000명에서 8년 새 47.2% 급증한 규모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새 일자리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고령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생애 동안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령층 부가조사의 ‘성별 최근 일자리와 생애 주된 일자리와의 관련성’을 보면 지난해 새 일자리를 구한 670만8000명 중 29.5%는 생애 주된 일자리와 관련없는 직종에 취업했다.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중도 전체 재취업자의 18.7%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8년간 지속돼왔다. 2005년에도 재취업 고령층 455만7000명 중 28.2%가 관련없는 직종에 취업했고, 17.7%는 전혀 관련없는 일을 시작했다. 사회 고령화로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노년층은 늘어나는데 이들이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재취업하는 고령자들이 대부분 영세자영업 및 근로조건이 낮은 일자리로 가고 있다”며 “재취업이 노년의 개인적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부족한 노후준비를 확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고령자가 은퇴 이전에 일할 수 있는 가교로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취업하려는 고령자에게는 적절한 취업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