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백자만큼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얘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도 드물다. 담백하고 티 없이 맑은 백색의 이 그릇은 한국인의 순박한 심성과 고결한 문인의 미의식을 드러내기에 안성맞춤으로 여겨졌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 ‘백자, 스미다’에서는 김환기 도상봉 손응성 등 한국 근대 대표작가들이 백자의 정신성과 자연스러운 미감을 어떻게 작품 속에 구현했는지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는 1940년대에 제작된 김환기의 ‘섬스케치’가 처음으로 선보인다. 고향인 안좌도를 배경으로 아낙들이 항아리를 이고 가는 풍경을 묘사한 이 작품은 2013년 미국에서 구입해 소장한 것이다.
2부 ‘백자, 번지다’에서는 동시대 작가들이 조선백자의 미감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확장시켰는지 보여준다. 백자 모티브를 극사실적으로 해석한 고영훈, 백자의 아름다움을 홀로그램적으로 표현한 손석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
3부 ‘백자, 이어지다’에서는 백자의 명맥을 이어가는 현대도예가들의 작품을 통해 장인들의 예술혼을 살펴본다. 백자 복원에 평생을 바친 한익환, 물레 성형의 원형을 깨고 파격의 미를 추구하는 김익영 등의 작품이 나왔다. 전시는 8월31일까지. (02)395-010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