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공연리뷰]연출가 이채경 “내가 하는 모든 연극은 로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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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 그녀와 극장 밖 나무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얼굴은 연극연습으로 피곤해 보였다. 안경을 뚫고 나오는 그녀의 눈은 여전히 살아 움직인다. 논리적이고, 뚜렷한 태도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대답한다. 극장 주변은 쏟아져 나온 관객들의 웅성거림으로 시끄러웠다. 듣기 위해 몸을 바짝 끌어 당겼다. 갑자기 물이 마시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 연극을 왜 각색하고 준비했나.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내가 생각하는 연출이 이 극 안에 있었다. 연출인 펠릭스는 일상을 넘어선 이상을 꿈꾸지만, 그 이상은 사실 연인에게조차 제대로 소통되지 않고, 그 또한 사실 막연하다. 그가 꿈꾸는 것은 ‘아주 인간적인 순간’인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이다. 가장 가슴 아프고 애절한 러브 씬, 그 장면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의 이상의 크기에 비해 그의 능력이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몸부림이, 연극 그 자체로 다가왔다. 내가 생각했던 연극, 하지만 어떻게 가야할 지 잘 모르는 막막함이 있었다. ‘말’ 과 ‘소통’에 대한 그의 고민, ‘사랑’의 아이러니, 연극 속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순간을 완성하려는 마음들이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잔잔해 보이는 일상 너머에는 항상 꿈틀대는 이면이 있다.
말은 과연 어느 정도의 소통을 주나. 일상의 말은 ‘우리가 소통하고 있다’는 환상을 줄 뿐, 사실 서로에게 그 어떤 의미도 되지 않는다. 일상 속 우리는 만성화된 소통불능 상태에서 무감각해진 채, 개인으로 살아간다. 개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 소통하고 싶다. 무대란 바로 그런 공간이 아닌가. 다른 사람의 이면을 훔쳐보고 소통하는 공간.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공간. 인간과 인간의 살갗을 마주하며 소통하여, 사람이 개인을 넘어 누군가와 소통하고 확장되는 그런 순간. 그게 내가 생각하는 연극이다.
○소통의 방식은 다양하다. 소통이 제대로 안되면 연극에서 관념이 될 수 있다.
소통과 사랑과 연극은 같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바로 그런 상태가 아닌가. 타인의 일상 너머 누군가와 소통하는 극도로 흥분된 순간. 사람들의 일상 중, 가장 비일상적이고 내밀한 순간. 그래서 내게 ‘소통’과 ‘사랑’과 ‘연극’은 동의어이며, 내가 하는 모든 연극은 결국 로맨스이다.
○젊은 연출가답지 않게 시선이 차갑다. 난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아쉽다.
주제가 무겁다기보다는, 상황이 자칫 잘못하면 설정으로 빠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세상이 멸망한다는 상황 자체가, 존재적 위기감이 아니라 젊은 패기 속에서 아마추어적인 설정으로 비칠 것 같았다. 연극은 원래 큰 거다. 현실보다 더 큰 무언가. 현실을 넘어서는. 현실 이면의 무언가를 그려내야 한다. 이번 작품 올리면서… 내 생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끝까지 가지 않았구나 라는, ‘아차’하는 마음의 아쉬움이 남는다. 다 계산하고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하면서 막상 피부로 맞닥뜨렸을 때의 당혹감이다.
○젊은 연출가가 무대와 살아가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피곤해 보인다.
연극이란 게 힘든 것 같다. 연극이란 건( 말이 끊기고 극장 밖으로 나오는 사람과 눈인사를 한다) 어떤 이유로 시작했든… 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삶을 공동화 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삶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화 되었을 때 타인들이 소비하고 공감 할 수 있다. 그렇게 개인의 존재가 확장되어 가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나란 존재를 공공재화 시키기에, 내가 너무 작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든다. 부끄럽고… 무섭다… 무서운 것 같다.
○이번 연극에서의 소통의 방식이 인간의 내면보다는 이미지와 소리가 강하다. 전달이 잘 안된 것 같다. 지하의 공간은 현실과 차단된 공간이다. 좀 더 다양한 변화가 필요 할 것 같다.
나름 단계를 바꾼다고 바꾼 건데.(시선을 바꾸더니 다시 쳐다보고 말을 한다.) 그게 너무 미묘해서 잘 표시가 안됐던 것 같다. 세상 소리와 다가오는 폭음도 단계를 다 나눈 거 였다.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무엇이 폭음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우리의 삶의 파괴하는 소리들이 과연 무엇이 있는가? 처음엔 월드컵 응원소리나 유행가소리,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일상 속 소리들이라 생각했다. 어쭙잖은 세태풍자로 갈 것 같아 결국은 메타포를 선택했다. 하지만 메타포일수록 더 치밀하게 단계를 나눌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더 끝까지 가야 할 것 같다.
○연출의 의도는 알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빈 공간이 많다. 시각과 이미지적인 배우의 표현으로 공간을 채우기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공연 끝날 때까지 매일 연습해야죠.
○ 2012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발에서 ‘쌤’으로 창작뮤지컬 대상을 받았다. 기대가 컸다. 그래서 더 아쉽다. 연출의 시각이 좀 달라졌나.
샘은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만들면서 고생도 많이 했다. 워낙 욕도 많이 먹었다.(웃음) 극단적인 평들도 받았다. ‘예술’이란 걸 하려고 한 건 아니고, 난 그냥 내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힘들게 하나, 뭐 이런 생각. 혼자 예술 한다고 잘난 척 하는 걸로 보이는 것에도 당황했다.
내가 ‘남’들보다 ‘나’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낀다는 것이 중요 한 것 같다. <샘>은 부족함이 더 많은데도, 그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는 면을 그 분들이 찾아주셔서 용기를 주었다. 이렇게 연극을 계속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과의 거리감을 더욱 좁히질 못했던 것 같다. 각자의 감정에만 충실한 것 같다.
배우들은 최선을 다했다. 감정에만 의존하라는 것은 의도일 리가 없다. 다만, 저희 넷은 최선을 다했지만 그만큼 쿨 하지 못했던 거다. 감정과 거리를 두고 말을 건조하게 내뱉는 것이 이 극의 톤과 맞는다고 생각하고, 배우들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지만 연출 역량의 부족으로 그 정도 연기력을 잡아내지 못했던 겁니다. 여자 배우는 프로이고, 연희단 차세대 에이스 배우입니다. 무대 위의 빈 공간을 채우려고 애쓰다보니 감정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 지점은 매일 연습하면서 공연 끝날 때까지 잡아나갈 부분이다.
○앞으로 인간의 깊은 심리를 다룰 수 있는 언어 중심의 연극을 좀 해보면 어떨까. 연출가의 차가운 이성과 깊은 내면이 만나지면 좋은 연극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싶다. 인간. 인간은 나에게 항상 큰 화두다. ‘타인’에 대해 더 관심을 돌려야 하는 듯하다. ‘나’보다 더.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시작이다. 어떤 점을 기대하나.
어쩌다보니 내 경력에 비해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했다. 솔직히 고루하다. 하지만 그 고루함 속에 숨겨진 단 하나의 빛나는 인간의 모습이 셰익스피어를 계속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인간. 셰익스피어가 바라보던 인간, 그것이 현 시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것이 흥미롭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자식들( 이번 제2회 셰익스피어페스티발은 셰익스피어와 한국연극- 세익스피어 더 클래식-The Classic of Shakespeare과 셰익스피어의 자식들이라는 주제로 셰익스피어 동시대극-The contemporary of Shakespeare)으로 열린다. 기획이 상당히 기대된다. 오세혁, 백하룡 연출 작품들도 기대 할 만하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주로 하고 싶은가.
따뜻해지고 싶다. 내게 연극은 너무 뜨겁다…. 내 작품이 차가워 보이는 것은,,, 내가 체감하는 연극이 너무 뜨거워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뜨겁다. 이런 뜨거움을 수 십년 견뎌온 선배 연극인들에 대해 진심으로 경외의 감정이 일어난다. 뜨거움과 차가움의 그 경계선…. 동상과 화상의 사이에서…. 나만의 따뜻한 온도를 찾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적’인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대화를 끝내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연출가 이채경은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뉴욕대학교 티쉬 예술대학 뮤지컬 극작 예술 석사를 마쳤다. 뮤지컬 각색 연출 <미스쥴리> <샘> <산 채로 말린> <챗온러브> <한여름밤의 꿈> <울고있는 저 여자>를 했으며,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맥베스> <해오라기와 솔뫼> <햄릿>를 번역 했다.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 <샘>/ 제1회 셰익스피어어워즈 각색상 <맥베스>로 받았다.
김건표 대경대학연극영화과 교수/연극·뮤지컬·공연평론·칼럼리스트
○이 연극을 왜 각색하고 준비했나.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내가 생각하는 연출이 이 극 안에 있었다. 연출인 펠릭스는 일상을 넘어선 이상을 꿈꾸지만, 그 이상은 사실 연인에게조차 제대로 소통되지 않고, 그 또한 사실 막연하다. 그가 꿈꾸는 것은 ‘아주 인간적인 순간’인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이다. 가장 가슴 아프고 애절한 러브 씬, 그 장면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의 이상의 크기에 비해 그의 능력이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몸부림이, 연극 그 자체로 다가왔다. 내가 생각했던 연극, 하지만 어떻게 가야할 지 잘 모르는 막막함이 있었다. ‘말’ 과 ‘소통’에 대한 그의 고민, ‘사랑’의 아이러니, 연극 속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순간을 완성하려는 마음들이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잔잔해 보이는 일상 너머에는 항상 꿈틀대는 이면이 있다.
말은 과연 어느 정도의 소통을 주나. 일상의 말은 ‘우리가 소통하고 있다’는 환상을 줄 뿐, 사실 서로에게 그 어떤 의미도 되지 않는다. 일상 속 우리는 만성화된 소통불능 상태에서 무감각해진 채, 개인으로 살아간다. 개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 소통하고 싶다. 무대란 바로 그런 공간이 아닌가. 다른 사람의 이면을 훔쳐보고 소통하는 공간.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공간. 인간과 인간의 살갗을 마주하며 소통하여, 사람이 개인을 넘어 누군가와 소통하고 확장되는 그런 순간. 그게 내가 생각하는 연극이다.
○소통의 방식은 다양하다. 소통이 제대로 안되면 연극에서 관념이 될 수 있다.
소통과 사랑과 연극은 같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바로 그런 상태가 아닌가. 타인의 일상 너머 누군가와 소통하는 극도로 흥분된 순간. 사람들의 일상 중, 가장 비일상적이고 내밀한 순간. 그래서 내게 ‘소통’과 ‘사랑’과 ‘연극’은 동의어이며, 내가 하는 모든 연극은 결국 로맨스이다.
○젊은 연출가답지 않게 시선이 차갑다. 난 무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아쉽다.
주제가 무겁다기보다는, 상황이 자칫 잘못하면 설정으로 빠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세상이 멸망한다는 상황 자체가, 존재적 위기감이 아니라 젊은 패기 속에서 아마추어적인 설정으로 비칠 것 같았다. 연극은 원래 큰 거다. 현실보다 더 큰 무언가. 현실을 넘어서는. 현실 이면의 무언가를 그려내야 한다. 이번 작품 올리면서… 내 생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끝까지 가지 않았구나 라는, ‘아차’하는 마음의 아쉬움이 남는다. 다 계산하고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을 하면서 막상 피부로 맞닥뜨렸을 때의 당혹감이다.
○젊은 연출가가 무대와 살아가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피곤해 보인다.
연극이란 게 힘든 것 같다. 연극이란 건( 말이 끊기고 극장 밖으로 나오는 사람과 눈인사를 한다) 어떤 이유로 시작했든… 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삶을 공동화 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삶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화 되었을 때 타인들이 소비하고 공감 할 수 있다. 그렇게 개인의 존재가 확장되어 가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나란 존재를 공공재화 시키기에, 내가 너무 작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든다. 부끄럽고… 무섭다… 무서운 것 같다.
○이번 연극에서의 소통의 방식이 인간의 내면보다는 이미지와 소리가 강하다. 전달이 잘 안된 것 같다. 지하의 공간은 현실과 차단된 공간이다. 좀 더 다양한 변화가 필요 할 것 같다.
나름 단계를 바꾼다고 바꾼 건데.(시선을 바꾸더니 다시 쳐다보고 말을 한다.) 그게 너무 미묘해서 잘 표시가 안됐던 것 같다. 세상 소리와 다가오는 폭음도 단계를 다 나눈 거 였다.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무엇이 폭음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우리의 삶의 파괴하는 소리들이 과연 무엇이 있는가? 처음엔 월드컵 응원소리나 유행가소리,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일상 속 소리들이라 생각했다. 어쭙잖은 세태풍자로 갈 것 같아 결국은 메타포를 선택했다. 하지만 메타포일수록 더 치밀하게 단계를 나눌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더 끝까지 가야 할 것 같다.
○연출의 의도는 알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빈 공간이 많다. 시각과 이미지적인 배우의 표현으로 공간을 채우기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공연 끝날 때까지 매일 연습해야죠.
○ 2012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발에서 ‘쌤’으로 창작뮤지컬 대상을 받았다. 기대가 컸다. 그래서 더 아쉽다. 연출의 시각이 좀 달라졌나.
샘은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만들면서 고생도 많이 했다. 워낙 욕도 많이 먹었다.(웃음) 극단적인 평들도 받았다. ‘예술’이란 걸 하려고 한 건 아니고, 난 그냥 내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힘들게 하나, 뭐 이런 생각. 혼자 예술 한다고 잘난 척 하는 걸로 보이는 것에도 당황했다.
내가 ‘남’들보다 ‘나’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낀다는 것이 중요 한 것 같다. <샘>은 부족함이 더 많은데도, 그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주신 분들 덕분에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는 면을 그 분들이 찾아주셔서 용기를 주었다. 이렇게 연극을 계속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과의 거리감을 더욱 좁히질 못했던 것 같다. 각자의 감정에만 충실한 것 같다.
배우들은 최선을 다했다. 감정에만 의존하라는 것은 의도일 리가 없다. 다만, 저희 넷은 최선을 다했지만 그만큼 쿨 하지 못했던 거다. 감정과 거리를 두고 말을 건조하게 내뱉는 것이 이 극의 톤과 맞는다고 생각하고, 배우들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지만 연출 역량의 부족으로 그 정도 연기력을 잡아내지 못했던 겁니다. 여자 배우는 프로이고, 연희단 차세대 에이스 배우입니다. 무대 위의 빈 공간을 채우려고 애쓰다보니 감정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 지점은 매일 연습하면서 공연 끝날 때까지 잡아나갈 부분이다.
○앞으로 인간의 깊은 심리를 다룰 수 있는 언어 중심의 연극을 좀 해보면 어떨까. 연출가의 차가운 이성과 깊은 내면이 만나지면 좋은 연극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싶다. 인간. 인간은 나에게 항상 큰 화두다. ‘타인’에 대해 더 관심을 돌려야 하는 듯하다. ‘나’보다 더.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시작이다. 어떤 점을 기대하나.
어쩌다보니 내 경력에 비해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했다. 솔직히 고루하다. 하지만 그 고루함 속에 숨겨진 단 하나의 빛나는 인간의 모습이 셰익스피어를 계속 찾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인간. 셰익스피어가 바라보던 인간, 그것이 현 시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것이 흥미롭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자식들( 이번 제2회 셰익스피어페스티발은 셰익스피어와 한국연극- 세익스피어 더 클래식-The Classic of Shakespeare과 셰익스피어의 자식들이라는 주제로 셰익스피어 동시대극-The contemporary of Shakespeare)으로 열린다. 기획이 상당히 기대된다. 오세혁, 백하룡 연출 작품들도 기대 할 만하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주로 하고 싶은가.
따뜻해지고 싶다. 내게 연극은 너무 뜨겁다…. 내 작품이 차가워 보이는 것은,,, 내가 체감하는 연극이 너무 뜨거워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뜨겁다. 이런 뜨거움을 수 십년 견뎌온 선배 연극인들에 대해 진심으로 경외의 감정이 일어난다. 뜨거움과 차가움의 그 경계선…. 동상과 화상의 사이에서…. 나만의 따뜻한 온도를 찾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인간적’인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대화를 끝내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연출가 이채경은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뉴욕대학교 티쉬 예술대학 뮤지컬 극작 예술 석사를 마쳤다. 뮤지컬 각색 연출 <미스쥴리> <샘> <산 채로 말린> <챗온러브> <한여름밤의 꿈> <울고있는 저 여자>를 했으며,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맥베스> <해오라기와 솔뫼> <햄릿>를 번역 했다.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 <샘>/ 제1회 셰익스피어어워즈 각색상 <맥베스>로 받았다.
김건표 대경대학연극영화과 교수/연극·뮤지컬·공연평론·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