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선 아스타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초정밀 질량분석 장비 ‘팅커벨’ 앞에서 핵심 부품을 들고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수원=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양선 아스타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초정밀 질량분석 장비 ‘팅커벨’ 앞에서 핵심 부품을 들고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수원=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독일 미국 일본의 단백질 샘플분석 시료판(말디토프 플레이트)이 비싸면서도 정확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등 불편한 게 많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김양선 아스타 대표는 ‘판을 2개로 나눠 위의 판만 교체’하는 일회용 샘플분석판을 개발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원, 세명대 교수, 이화여대 세포신호전달센터 연구교수, 한양대 마이크로바이오칩센터 연구교수로 연구에만 몰두해오던 그가 회사를 설립한 계기는 불편함 때문이었다.

○연구원에서 회사 대표로

김 대표는 서강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휴스턴대에서 표면과학 부문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10년 동안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이후 학교로 옮겼다. 샘플분석판과 초정밀 질량분석장비(말디토프) 등을 만드는 아스타를 설립한 것은 2006년이었다.

초정밀 질량분석 장비는 단백질, DNA, 혈액 등을 매트릭(이원화를 도와주는 화학물질)과 섞은 뒤 비행시간(질량이 무거운 분자는 천천히 날아가고 가벼운 것은 빨리 날아가는 속도의 차이)으로 질량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현존하는 질량측정 방법 가운데 가장 정확하고 빠르다. 이를 질병에 적용한 시판용 장비를 개발한 곳은 국내에선 아스타가 처음이다.

김 대표가 개발한 ‘일회용’ 샘플분석판은 샘플을 올려놓는 작은 스폿(점)을 제외한 전체 판을 방수 코팅한 제품이다. 시료가 스폿에 응집돼 좀 더 정확한 결과물이 나온다. 그는 “분석판이 비싸기 때문에 보통 씻어 재사용하는데 위생적으로나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며 “그래서 판을 2개로 나눠 위의 판만 교체하는 식으로 일회용 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산 샘플 분석판은 1장에 1000~1800달러(약 108만~194만원)지만 김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1장에 4만원이다. 이 분석판으로 아스타는 연간 3억~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억원을기록했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산은 비용·AS 문제 많아”

김 대표는 회사를 설립할 당시부터 말디토프 플레이트와 단백질, DNA 등을 분석하는 사전단계 장비(프렙시스템), 초정밀 질량분석 장비, 암을 검사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국내 모든 연구소와 대학, 병원 등에서 외국산 장비를 사서 쓰다보니 비용뿐만 아니라 AS까지 문제가 많았다”며 “훨씬 정확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국산 장비를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급속 효소반응기 프렙 시스템은 2009년 개발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삼성의료원, 서울대, 셀트리온, 경기바이오센터, 동아제약 등에 판매했다. 올해 1월에는 초정밀 질량분석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연구원들과 이 방법, 저 방법을 반복하면서 하루에 수십번씩 시도했다”며 “수십만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국산 장비로 세계화를

김 대표는 난소암을 진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초정밀 질량분석 장비 ‘팅커벨’을 이미 내놓았고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을 진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외국산 장비가 30만~120만달러(약 3억~13억원)이지만 팅커벨은 1억5000만원대에 팔 계획이다. 대형 제약회사와 계약을 진행 중이고 수출도 추진 중이다.

두 아들의 엄마인 김 대표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사람은 대학 4학년 때 만난 남편이라고 했다. 남편은 아스타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면서 연구통계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두 아들도 ‘엄마가 좋아하는 연구 계속하시라’며 자기들이 알아서 컸고 남편도 연구 동지이자 반려자로 곁에 있어줬기 때문에 소처럼 일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