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석탄과 철강 공동체로 시작됐다. 64년이 흐른 지금 에너지 동맹으로 나갈 필요가 있음이 명확해졌다.”

크림반도 합병을 둘러싼 EU와 러시아 간 대립이 경제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EU는 경제 보복의 걸림돌이 되는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러시아는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쟁으로 확대

EU의 아킬레스건은 에너지다. EU는 천연가스 수입의 34.5%, 원유 수입의 46.4%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 안보부터 확보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러시아의 가스가 여전히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지도자들도 지난 21일 끝난 정상회의에서 에너지 안보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오는 6월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수입처 다변화와 함께 재생에너지 개발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와 관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 셰일가스 도입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더타임스는 미국이 액화천연가스 수출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러시아는 에너지 무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향해 가스 가격을 올리고 110억달러에 달하는 가스 연체금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정 가스공급 가격이 1000㎥당 480달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268.5달러보다 80% 비싼 가격이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합병에 따른 100억달러가량의 재정 부담을 가스 가격 인상으로 메우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미·EU, 러시아 고립작전 강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고사작전에 맞서 서방 측의 지원 프로그램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EU가 지난 5일 110억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미 상원도 12일 1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했다. 일본도 1000억엔(약 1조575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서방 측의 러시아 고립작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맞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밝힐 방침이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22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기고문을통해 “러시아는 국제단체에서 제외되고 군사협정, 무기거래가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 간 경제전쟁에 따른 득실은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제재수위가 높아질수록 러시아가 더 큰 타격을 받겠지만 동시에 EU에 경제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재의 40%를 수입에 의존하는 러시아는 교역 축소에 따른 생필품 가격 급등과 대기업과 은행 자산의 동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EU는 에너지 공급 악화와 곡물 가격 상승 등의 타격을 받게 된다.

이심기/이정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