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저(低)출산, 고령화 현상이 동남아시아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년 새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동남아 개발도상국의 경쟁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동남아에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태국이다. 태국의 여성 1인당 출산율은 현재 1.6명으로, 1970년대의 6명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다. WSJ는 “쌀농사를 짓던 시골의 많은 노동인구들이 고임금 직업을 찾아 수도 방콕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집값, 교육비가 올라 자녀를 많이 낳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최근 태국 시위대의 상당수도 노인들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유엔의 인구통계를 근거로 한 BoA메릴린치 분석에 따르면 태국의 노동가능 인구는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내려갈 전망이다. 베트남과 미얀마도 각각 2033년, 2035년 이후 노동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필리핀은 2085년까지 노동가능 인구가 증가해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로 분류됐다.

제이 윈터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미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성 1인당 2.1명 이하를 낳는 저출산 고령화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멕시코, 칠레 등 중남미국가들에서도 노동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다.

경제학자들은 인구 성장의 둔화가 천연자원을 보호할 수는 있지만, 일본과 같은 성장 지연이나 세계 경제의 대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WSJ는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경제적인 성과를 쌓아왔던 동남아 개도국이 이제는 성장 전략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