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같은 외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 되겠나. 우리가 직접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자.”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사진)이 회사에 ‘비상 명령’을 내린 것은 2006년 7월이었다. 일본 유니클로의 한국 진출에 충격을 받은 박 회장은 곧장 창업 동지이면서 여동생인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그로부터 8년이 흐른 지난해 이랜드는 국내에서 1조9400억원, 해외에서 2조7000억원 등 4조6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1위 패션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박 회장이 TF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해외공장을 사들여 직접 운영하며 △신발 아웃도어 등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승부수’를 띄운 결과였다.

○SPA 브랜드 확대

이랜드의 패션 전문가 100여명으로 구성된 TF팀은 2006년 7월부터 1년 동안 스페인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SPA 브랜드 분석에 매달렸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랜드는 첫 SPA 브랜드 ‘스파오’를 시작으로 ‘미쏘’ ‘미쏘시크릿’을 연달아 내놓았다. 기존에 갖고 있던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 아동복 ‘유솔’, 여성복 ‘로엠’도 SPA 형태로 전환했다.

박 회장은 “최신 유행의 디자인제품을 고품질로 빨리 만들어 값싸게 내놓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랜드는 지난해에도 신발 ‘슈펜’, 아웃도어 ‘루켄’ 등 다양한 분야로 SPA 브랜드를 늘려나갔다. 올해는 여성복 ‘클라비스’도 SPA로 전환할 예정이다. SPA를 중심으로 이랜드는 올해 국내 2조1000억원, 해외 3조4000억원 등 5조5000억원의 매출목표를 잡았다.

○해외공장 줄줄이 인수

박 회장은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찾으라”는 특명을 2007년 내렸다. 브랜드 담당자들이 세계를 누비기 시작했고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 10여개 공장을 갖추게 됐다.

이 가운데 핵심 공장은 2009년 6월 인수한 베트남 탕콤. 세계 최대 규모의 섬유·의류 공장인 이곳에서는 연간 1만8000t의 원사, 7000t의 원단, 1800만장의 의류를 만들 수 있다. 원사에서부터 원단, 의류 등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직원 수만 4300여명에 달한다.

2010년에 인수한 인도의 3위 패션제조업체 ‘무드라’는 연간 540만벌을 생산할 수 있는 의류업체다. ‘아베크롬비’ ‘자라’를 만들던 이곳은 직물과 의류의 제조, 가공, 디자인 개발 및 샘플 생산이 가능한 현지 상장기업이다. 2011년에는 미얀마 아우터(재킷류) 봉제공장 ‘제우’를, 2012년에는 미얀마 패션제조업체 ‘월드패션’을 인수했다.

해외공장을 직접 운영한 결과 가격경쟁력이 좋아졌다. 미쏘, 스파오 등 이랜드 SPA 브랜드는 스페인 ‘자라’에 비해 최고 60%, 스웨덴 ‘H&M’에 비해 20~30%가량 저렴하다. 배송기간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정성관 이랜드그룹 생산총괄책임자(CPO)는 “생산공장을 직접 갖추게 되면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가격이 낮아졌다”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해외공장을 인수할 의향이 있고, 현재 인수를 확정한 곳도, 검토 중인 곳도 몇 군데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SPA기업 되겠다”

박 회장은 ‘매장 한 곳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갈아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속옷 아웃도어뿐만 아니라 신발 액세서리 가방 등 잡화까지 갖춘 ‘토털 패션’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SPA 브랜드를 모든 분야로 확장하는 것도 이런 철학이 영향을 미쳤다.

박 회장은 “2017년에는 아시아 SPA 1위 기업, 2020년에는 1만개 매장을 갖춘 세계 1위 SPA 기업이 되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나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옷과 가방 신발 등을 만드는 SPA 기업으로 이랜드를 키워 유니클로를 앞지르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