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명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은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탓에 아이들이 비행청소년으로 비뚤어진다”며 “범죄 예방과 소년원 출신들을 인재로 키워내는 것은 관심과 약간의 지원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중명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은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탓에 아이들이 비행청소년으로 비뚤어진다”며 “범죄 예방과 소년원 출신들을 인재로 키워내는 것은 관심과 약간의 지원만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중명 에머슨퍼시픽 회장(71)은 사업가다. 주로 경영난을 겪는 골프장을 인수해 명품 골프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수완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소년원 할아버지’로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 2012년 3월 소년원에서 직접 수용자들과 숙식을 같이한 자발적 체험이 계기가 됐다. 최근 그의 일과는 소년원 출신 지원과 사회복지 업무에 집중돼 있다. 본인이 “사업에 신경쓰는 시간은 내 일과의 20%도 안 된다”고 말할 정도다.

이 회장이 지난 11일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에 임명됐다. 협회는 소년원 출신이나 사회 부적응 청소년의 자립 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법무부의 지원을 받아 1998년 창설된 단체로 이 회장은 2012년부터 회장을 맡아왔다. 이 이사장은 소년원 출신들에게 생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별도의 시설을 마련해 직업교육을 구상하고 있다. 이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을 맡았는데 계획은.

“협회 회장으로 지금까지 해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올해부터는 단순히 소년원에서 나온 아이들에게 생활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을 넘어 취업에 필요한 기술교육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각 도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관에 더해 취업교육 시설인 영이글스스튜디오(Y.E.S)를 정부 지원 아래 경기도에 건립하고 있어요. 여기서는 학습 및 기술 교육 등이 모두 이뤄집니다. 물론 기숙도 가능합니다. 취업을 해야 아이들이 정착할 수 있고 자생력도 가질 수 있거든요.”

▷Y.E.S를 어떻게 운영하실 생각입니까.

“기존 생활관에는 120명이 입주해 있습니다. 스튜디오에는 일단 처음에 60명을 입소시킬 계획이고 차차 늘려 나갈 예정입니다. 남자들은 자동차 수리, 정비, 조선 용접 등을 주로 교육하고 여자들은 미용, 요리 등을 가르칠 예정이에요. 전국 소년원에서 수용생활을 하는 아이를 포함해 이른바 학교폭력 및 범죄에 노출돼 있는 ‘위기의 아이들’은 대략 80만명으로 추산합니다.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앞으로 학교폭력으로 인한 사고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믿습니다. 성공 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고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소년원 출신 아이들을 계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사랑이 부족해서 비뚤
[월요인터뷰] 이중명 이사장 "비뚤어진 청소년 변화시키는 기쁨, 느껴보지 않으면 몰라요"
어졌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재작년 이맘때 1주일간 소년원 체험을 할 때 내린 결론은 비행의 원인을 부모한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죠. 며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다 보니 나중에 헤어질 때 모두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습니다. ‘인성교육이 중요하구나’ 하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봐온 아이들은 모두 길들여지지 않고 ‘악바리’ 같은 기질을 갖고 있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보다 자기 일에 집념을 보이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죠. 하지만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대부분 중간에 다시 나쁜 환경으로 돌아갈 확률도 큽니다. 따라서 이번 Y.E.S에서는 직업교육만큼 인성교육도 비중을 두고 시행할 계획입니다.”

▷실제 지켜봐온 수용자 중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한 경우가 있습니까.

“현재 한국소년보호협회에서는 제빵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한 지역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죠. 여기에 소년원 출신 3명의 일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일을 아주 잘하더라고요. 또 2명의 여자청소년은 현재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늘어나면 협회 차원에서 커피전문점 사업도 해볼까 고려하고 있어요. 나이가 서른 살 넘은 사람 중에는 시의원을 하는 사람도 있고 목사나 선교사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꾸준히 관심을 쏟은 사람 중에는 회계사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성공한 사업가로서 소년원 출신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2006년부터 대전지방검찰청의 범죄예방위원회 대전지역 협의회 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러던 중 재혼한 모친의 학대로 분신자살을 시도해 전신화상을 입고 소년원에 가게 된 18세 여학생 얘기를 들었어요. 안타까운 마음에 청소년을 올바르게 계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소년원 출신을 돕기로 한 거죠. 물론 그 여학생에게는 성형수술비 5000만원과 치료비를 기부했고 우리 회사에 취직도 시켜줬습니다. 교육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현재 유스호스텔로 쓰고 있는 옛 중앙정보부 건물을 빌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다시 요청해볼 생각입니다.”

▷학교법인 해성을 운영하는 등 교육사업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사업이 소년원 출신을 도와주는 것으로까지 연결된 겁니다. 2005년 경남 남해에 골프리조트를 만들었는데 리조트 사업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한 고등학교 얘기를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가정형편도 모두 넉넉하지 않았죠. 처음에는 보상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숙식을 제공하고 대학까지 보내주겠다는 목표로 농·어촌 자율고인 해성고등학교를 열었습니다. 졸업생의 약 80%는 서울시내 대학에 진학합니다. 서울시내 대학에 진학하면 4년 장학금도 줍니다. 졸업생 중 학교에 매달 1만원에서 10만원까지 기부금을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약간의 지원만 있다면 인재는 관심과 사랑으로 길러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인성교육을 가장 중시하고 있죠.”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서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복지행정 관행을 바꾸기 위해 서대문구 소재 14개동별로 30명씩의 봉사위원을 선임해 사회복지협의체를 만들었습니다. 이웃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분들이 훨씬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을 테니까요. 이들이 찾아낸 생계가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한 달에 한 번식 쌀 10㎏과 반찬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충격을 줬던 세 모녀 같은 사람들을 빨리 발견해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사람이 봉사에 참여해야 합니다. 복지는 민·관이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에 전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직접 해보면 압니다. 내가 한 행동으로 남들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이면 그렇게 기쁠 수 없어요. 남해에 갈 때마다 남해리조트 직원들보다 학교 교직원이나 학생들과 식사를 합니다. 학생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기분 좋으니까요. 저도 마술을 배워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등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봉사활동을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기업인으로서 경영철학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우선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그 밑바닥에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해요. 또 고객의 믿음을 얻어야 하고 고객이 믿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하죠. 내 진심을 보여줄 때 다른 사람도 따라옵니다. 사회복지나 소년협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고는 도움을 줄 수가 없어요. 제가 소년원 체험을 통해 방법을 찾았던 것처럼 복지 관련 공무원들이 한 번씩 소외계층 체험을 직접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게 있습니까.

“현재 새로운 골프 리조트 개장을 준비 중입니다. 수요 조사나 예상 회원 규모 파악 등은 마친 상태입니다. 물론 제가 봉사 쪽 일을 많이 하면서 실질적인 경영은 자식들에게 많이 넘겨주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휴장 중인 금강산 리조트도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 이중명 이사장은

전국에 5개 골프장(총 117홀)을 보유하고 있는 골프·레저 사업가다. 에머슨퍼시픽이 2005년 힐튼과 운영 계약을 맺은 ‘힐튼남해 골프&스파 리조트’는 국내에 고급 리조트의 개념을 최초로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18홀 골프 코스 중 7개 홀은 직접 바다에 접해 있고 나머지 11개 홀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한 명품 골프장이다. 또 2007년에는 금강산에 18홀 정규 코스를 갖춘 ‘금강산 아난티 온천&골프 리조트’를 열어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업과 별도로 이 이사장은 비행 청소년의 사회 복귀와 적응을 돕는 일에 앞장서 왔다. 연세대 건축학과를 나온 그는 이 같은 공로로 2012년 연세대가 수여하는 연세사회봉사상 대상을 받았다. 학교법인 해성학원 이사장, 서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정리=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