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오너형제 동반퇴진…당분간 계열사별 독립경영 불가피
대주주 자격만 남아…그룹 구심점 실종
美 태양광사업 철수 등 신사업 벌써 차질
이에 따라 SK는 최 회장의 형기가 끝나는 2017년 1월까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중요한 의사 결정은 계열사 이사회와 수펙스협의회가 내리겠지만 오너의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는 전면 재검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추진해온 태양광 사업을 포기하기로 하는 등 회장 부재에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다.
○“회사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SK는 최 회장이 이달 임기가 끝나는 SK(주)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하이닉스(2015년 만료), SK C&C(2016년 만료) 등 4개 회사의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최 수석부회장도 SK E&S와 SK네트웍스 등기이사직을 내놓는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모든 관계사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회장과 부회장의 등기이사 동반 사임으로 경영공백이 상당히 큰 만큼 전 구성원들이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최 회장 후임 등기임원 자리를 비워두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의 이사진은 기존 9명(사외이사 6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SK네트웍스는 오는 21일 주총을 열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는 최 수석부회장과 김준 전무 대신 문종훈 수펙스협의회 통합사무국장과 박성하 SK텔레콤 본부장을 신규임원으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또 허용석 전 관세청장을 새 감사위원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최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SK는 계열사 이사회가 수펙스협의회와 조율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SK는 최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인 SK(주)를 SK C&C를 통해 지배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SK C&C 지분은 최 회장이 38%, 여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10.5%씩 갖고 있다.
○미국 태양광사업 전격 철수
최 회장이 1년 넘게 자리를 비우면서 SK의 신사업은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차세대 태양광전지인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2011년 이후 총 7660만달러(약 813억원)를 투자해 미국의 헬리오볼트사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SK 관계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점까지 상당한 규모의 추가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회장 부재 등으로 신속한 결정이 어려워진 만큼 헬리오볼트(SK보유지분 47.9%)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브라질 원유 광구를 팔고 받은 24억달러(약 2조5680억원)로 신규 자원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경쟁사들이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에서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구체적인 투자처 발굴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SK에너지도 연초 호주 석유 유통업체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 본입찰을 포기했다.
박해영/배석준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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