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금피크제' 56세부터 연봉 10% 삭감
삼성이 오랜 고민 끝에 ‘60세 정년연장’에 대한 해법을 내놨다. 정년연장을 2년 빨리 도입해 직원들 간의 형평성을 살리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인건비 부담을 낮추는 식이다.

정년연장에 따른 막대한 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삼성식 해법을 따르는 기업들이 잇따를 전망이다.

◆삼성, 계열사별 단계적 정년연장

지난해 국회는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정년은 60세로 늘어난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2017년부터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삼성이 2년 빨리 정년연장에 나선 것은 이른바 불과 며칠 혹은 몇 달 차이로 정년연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1959~1960년생 ‘낀세대’를 구제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낀세대의 경우 불과 며칠 차이로 정년연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연장을 앞서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기본급과 통상임금 범위에도 합의했다. 올해 기본급은 1.9% 인상한다. 작년 인상률(5.5%)보다 낮아진 건 통상임금 범위를 정기상여금(연봉제 직원의 경우 전환금)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회사 측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기폭제 될 듯

재계 1위인 삼성이 2년 먼저 ‘정년 연장+임금피크’ 도입에 나서면서 다른 대기업도 정년 연장을 서둘러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LG 등이 이미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도 정년연장 및 정부의 임금피크제 지원금 확대와 맞물려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은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2007~2011년 정년을 만 55세에서 만 58세로 연장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LG전자의 경우 2007년 정년을 58세로 3년 연장하고, 55세 때부터 임금을 해마다 10% 감액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까지는 정년을 60세까지 추가로 연장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9월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를 논의하기 위해 ‘임금체계개선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다만 아직 위원회 구성과 협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4월 중 올해 임금협상 요구사항을 결정하는 노조 대의원대회가 열린 뒤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GS칼텍스 등은 이미 60세 정년을 자발적으로 시행 중이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사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반발

노동계는 줄곧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26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을 올해 핵심 과제로 정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50~60대의 근로자들은 주거비, 교육비 등 생애주기상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한 시기인데 정년 연장을 이유로 임금 삭감을 강요하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판중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년연장에 따른 막대한 기업 부담과 신규 채용 기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정인설/강현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