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되려면 3년 로클럭 거쳐야
임용보장 불확실…선호도 하락
"일찌감치 전문변호사 길 걷자"
로펌·기업·공공기관 선택도 늘어

전통적으로 사법연수원생들의 선호 직업 1위였던 판사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법관 즉시임용제도 폐지로 더 이상 연수원 성적이 판사 임용의 보증수표가 되지 않는 데다 삶의 질 등 직업 선택시 고려하는 요인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삶의 우선순위 변화…로펌 선호”

각종 추문으로 판·검사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점도 선호도가 바뀐 이유 중 하나다. 43기 C씨는 “전에는 성적만 되면 무조건 판·검사에 지원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양해지면서 근무 여건, 보수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다”고 연수원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기류는 이미 서울대 법과대학 석·박사 통합과정의 이준석 씨가 수료 전 42기들의 선호 직업을 조사해 지난해 7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감지된 바 있다. 2회에 걸친 설문조사 결과 연수원 입소 직후인 1차 조사 때 49%에 달했던 판사 선호도는 입소 2년차 때 실시한 2차 조사에서는 26%로 곤두박질쳤다. 대신 1차 조사 때 10%에 불과했던 로펌이 2차 조사 때 36%로 약진, 1위를 차지했다.
◆“기업·공공기관으로도 눈 돌려”
연수원생들은 로펌 이외에도 기업·공공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기업 선호도는 △38기 57명(7.19%) △39기 67명(8.45%) △40기 53명(6.78%) △41기 99명(11.57%) △42기 88명(13.64%) 등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
로펌에서 근무하다 중소기업 법무팀으로 옮긴 D변호사(35기)는 “법원이나 로펌은 아침 일찍 출근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제적인 보상 여부가 차이점”이라며 “연봉이 깎이더라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는 기업체 근무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판사 임용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점도 연수원생들이 공직 외 삶으로 진로 선택 폭을 넓힌 이유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임 법관에 임명된 42기는 취업 대상 645명 중 4.96%인 32명에 불과했다.
최근 10여년간 판사 임용률이 취업 대상 인원 중 10~12%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올해도 46명이 재판연구원에 지원했지만 최종 몇 명이 판사에 임용될지는 미지수다. 로스쿨 출신, 기존 검사·변호사와 경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면접 점수가 엇비슷하면 성적 순으로 뽑았지만 요즘은 판사·검사·변호사 간 벽을 허물자는 취지의 법조 일원화 방침에 따라 다양한 경력·경험을 고려해 선발한다”며 “특히 전문성을 따지는 실무능력평가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