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이 가계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늘어나는 고학력 여성들이 자연스레 고학력 남성과 짝을 이루면서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연구소(NBER)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고학력 여성의 증가가 가계소득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BER이 1960~2005년 남녀의 학력, 결혼, 소득 등을 분석한 결과 비슷한 학력의 남녀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과거에는 여성의 평균학력이 낮아 의사(남)-간호사(여), 변호사(남)-비서(여) 등의 결혼이 흔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1960년 대졸 남성이 대졸 여성과 결혼하는 비율은 25%에 그쳤으나 2005년에는 48%에 달했다. 보고서는 ‘비슷한 학력의 남녀가 같은 업종에서 일하면 자연스레 사랑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학력과 소득이 대체로 정비례한다는 경제적인 유인도 고학력자 커플이 늘어나는 이유다.

문제는 끼리끼리 결혼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계층 이동 가능성이 줄어 가계별 소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부가 둘 다 의사인 가정과 비정규직 싱글맘 가정의 소득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1960년 대졸 부부의 소득은 전체 평균보다 약 70% 더 많은 수준이었으나 2005년에는 약 119% 더 많았다. 반면 한 사람만 대졸 이상인 부부의 소득은 1960년 평균보다 약 40% 많았으나 2005년에는 8% 적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