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좋은일터연구소가 6일 한경 영상회의실에서 연 통상임금 좌담회에 참석한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국장(왼쪽부터), 박수근 한국노동법학회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경 좋은일터연구소가 6일 한경 영상회의실에서 연 통상임금 좌담회에 참석한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국장(왼쪽부터), 박수근 한국노동법학회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전원합의체를 통해 통상임금의 법적 성격을 판단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달 23일 개별 기업 현장에 참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성격의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을 발표했다. 지침 발표 이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경 좋은일터연구소는 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영상회의실에서 현장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통상임금 좌담회’를 열었다. 임무송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국장, 박수근 한국노동법학회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정부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통상임금 좌담회] 정기상여금에만 '신의칙' 적용되나 "복리후생비도 액수 크다면 소급청구 제한"
▷윤기설 좋은일터연구소장(사회·사진)
=대법원은 재직자 지급 조항이 있는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했고, 고용부는 이 법리가 정기상여금에도 해당된다고 지침에 넣었습니다. 짝수월마다 정기상여금을 받던 근로자가 1월 말에 퇴직했을 때 2월에 1월분을 주지 않는 회사라면 그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뜻인데요.

▷임무송 국장=고용부가 임의로 확대 해석했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정부가 지침을 만들 때 노사 어느 쪽의 유불리를 따지진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전문가와 노사 의견도 충분히 들었고요.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 나온 하급심인 지난달 8일의 부산고법 판결은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지급 조항이 있으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개별 사업장 노사가 과거를 두고 다투기보다는 각자 적합한 형태로 임금체계를 정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박수근 회장=대법원이 재직자 지급 조항이 있으면 금품의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명확합니다. 상당수 기업이 퇴사한 근로자에게 지나간 정기상여금을 챙겨주지 않는 현실에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결론이 나온 겁니다. 그렇지만 대법원 판단은 재직자 지급 조항 자체가 유효함을 전제로 합니다. 기업주가 이제 와서 편법으로 끼워 넣는다면 법정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겁니다.

▷박지순 교수=재직자 지급 조항은 이 때문에 앞으로 노사가 통상임금 범위를 새롭게 정하는 임금·단체협상에서 큰 논쟁이 될 겁니다. 노사가 개별 사안의 득실을 너무 따지지 말고 공생의 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시기라고 봅니다.

▷사회=대법원은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더라도 근로자가 확대된 과거분을 추가 청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어긋난다면 제한된다고 했습니다. 고용부 지침은 신의칙 요건이 정기상여금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했는데요.

▷박 회장=대법원이 판결문에 명시적으로 정기상여금에만 적용된다고 하진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의 특징을 제시한 것은 구체적인 사건이 정기상여금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복리후생비 부분은 이미 재직자 지급 요건에 걸려서 신의칙 판단까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복리후생비나 다른 금품도 규모가 크다면 명목보다는 실질을 따져서 신의칙 요건이 적용돼야 합니다. 정기상여금만 적용된다는 대법원 보도자료는 판결문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대법원은 추가임금 청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소급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을 적용하면 과거 3년치 추가임금 청구가 막히는 건데, 근로자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과거 1년치만 청구하면 어떨까요.

▷박 교수=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추가임금을 청구하는 것이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면 청구 자체가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같은 회사에서 1년만 청구한 근로자는 1년치 받고 3년치 청구한 근로자는 전부 못 받는다는 논리가 아닙니다.

▷박 회장=신의칙은 나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년치를 청구한 근로자가 받아냈다고 한다면 추가로 6개월치를 더 할 수도 있고 1년치를 더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청구는 권리남용입니다.

▷사회=대법원은 신의칙 요건 중 하나로 ‘노사 합의’를 제시했습니다.

▷임 국장=대법원은 판결 내내 노사 간 신의를 강조했습니다. 현장의 노사가 자기 사업장 현실을 잘 알고 합의했다는 점을 고려한 겁니다. 수당이나 상여금이 적은 중소기업·비정규직 등과의 양극화 확대 우려도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복잡한 임금 체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노사가 합리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습니다. 입법 논의에도 노사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박 교수=법적 안정성을 위해서는 통상임금 범위를 국회에서 법으로 정해야 합니다. 또 개별 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노사가 미리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신의칙보다 명확하게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월급을 받는 현실에서 통상임금은 한 달 주기 금품으로 제한하는 것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겠죠. 한 달 초과 주기 금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것은 노사 합의에 맡겨야 바람직합니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