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도 골치 아픈 '관세청-디아지오 10년 소송'…5000억대 관세판결 일단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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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제품 수입가격 비정상적으로 낮게 신고"
1000억대 추가 부과키로
3연속 추징 디아지오 "법원 현명한 판단 기대"
1000억대 추가 부과키로
3연속 추징 디아지오 "법원 현명한 판단 기대"
5000억원대 세금을 놓고 세계 최대 주류업체인 디아지오와 관세청이 맞붙은 관세 소송 1심 판결이 돌연 연기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관세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초 7일로 선고일이 잡혀 있던 디아지오코리아와 관세청 서울세관 간 관세 소송 1심 판결은 기약 없이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좀 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해 일정을 늦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0년째 이어지는 관세 분쟁
서울지방행정법원 행정6부(함상훈 부장판사)가 심리 중인 이 사건의 발단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니워커, 윈저, 딤플 등을 제조하는 디아지오의 한국법인 디아지오코리아는 그해 5월부터 제품 수입가격을 기존 수입가격보다 무려 55%나 낮게 책정했다. 이를 수상쩍게 여긴 관세청이 2004년 과세적정성 여부를 심사했지만 디아지오의 신고가격보다 관세청 조사결과 산정된 가격이 더 낮아 오히려 관세청이 세금을 환급해줬다.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디아지오 관세 문제는 2007년 뜻밖의 사건으로 다시 불거졌다. 2004년 당시 관세심사를 담당한 관세청 직원이 디아지오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검찰에 적발된 것. 이 사건으로 관세청은 즉각 재조사에 착수해 2009년 디아지오에 1902억원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추징했다. 2004~2007년 동안 타 양주 수입업체의 절반인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수입신고를 해 관세 등을 적게 냈다는 이유에서였다.
◆관세청 “끝까지 간다”
디아지오는 일단 추징 세금은 납부했지만 즉각 조세심판원과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관세청은 디아지오코리아가 고의로 수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양주 가격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숙성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디아지오는 “위스키 원액을 참나무통에 담아 10년 이상 숙성시키는 비용은 보관시설에 들어가는 돈이므로 수입가격이 아니라 자본비용이며 이와 관련된 세금은 영국 본사가 이미 본국에 납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법원과 조세심판원 등을 오가며 과세의 적정성 여부를 다투는 동안에도 관세청의 추가 추징은 이어졌다. 2011년 9월 2167억원의 2차 과세를 통보한 데 이어 지난해엔 1000억원대의 3차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조사시점이 과거에서 현재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추징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전체 세금 부과액은 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연간 관세수입(10조원)의 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 하지만 패소할 경우 세무당국의 신뢰 저하, 소송비용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 디아지오코리아도 패소할 경우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
◆통상 마찰 가능성도
관세청은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미납 세금을 받아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관세청과 디아지오 간 소송이 한국과 영국 간 통상외교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법원 판결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영국 정부는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당시 터키에 진출한 디아지오 자회사가 탈세 혐의로 거액의 세금을 부과 받고 관계자들이 구속되자 터키 정부에 영국 자본 철수 등 강력한 통상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디아지오는 소송 장기전에 대비해 최근 업무 담당 임원을 영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원기/최만수 기자 wonkis@hankyung.com
5일 관세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초 7일로 선고일이 잡혀 있던 디아지오코리아와 관세청 서울세관 간 관세 소송 1심 판결은 기약 없이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좀 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해 일정을 늦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0년째 이어지는 관세 분쟁
서울지방행정법원 행정6부(함상훈 부장판사)가 심리 중인 이 사건의 발단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니워커, 윈저, 딤플 등을 제조하는 디아지오의 한국법인 디아지오코리아는 그해 5월부터 제품 수입가격을 기존 수입가격보다 무려 55%나 낮게 책정했다. 이를 수상쩍게 여긴 관세청이 2004년 과세적정성 여부를 심사했지만 디아지오의 신고가격보다 관세청 조사결과 산정된 가격이 더 낮아 오히려 관세청이 세금을 환급해줬다.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디아지오 관세 문제는 2007년 뜻밖의 사건으로 다시 불거졌다. 2004년 당시 관세심사를 담당한 관세청 직원이 디아지오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검찰에 적발된 것. 이 사건으로 관세청은 즉각 재조사에 착수해 2009년 디아지오에 1902억원의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추징했다. 2004~2007년 동안 타 양주 수입업체의 절반인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수입신고를 해 관세 등을 적게 냈다는 이유에서였다.
◆관세청 “끝까지 간다”
디아지오는 일단 추징 세금은 납부했지만 즉각 조세심판원과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관세청은 디아지오코리아가 고의로 수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양주 가격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숙성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디아지오는 “위스키 원액을 참나무통에 담아 10년 이상 숙성시키는 비용은 보관시설에 들어가는 돈이므로 수입가격이 아니라 자본비용이며 이와 관련된 세금은 영국 본사가 이미 본국에 납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법원과 조세심판원 등을 오가며 과세의 적정성 여부를 다투는 동안에도 관세청의 추가 추징은 이어졌다. 2011년 9월 2167억원의 2차 과세를 통보한 데 이어 지난해엔 1000억원대의 3차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조사시점이 과거에서 현재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추징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전체 세금 부과액은 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연간 관세수입(10조원)의 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 하지만 패소할 경우 세무당국의 신뢰 저하, 소송비용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 디아지오코리아도 패소할 경우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
◆통상 마찰 가능성도
관세청은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미납 세금을 받아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관세청과 디아지오 간 소송이 한국과 영국 간 통상외교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법원 판결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영국 정부는 토니 블레어 총리 집권 당시 터키에 진출한 디아지오 자회사가 탈세 혐의로 거액의 세금을 부과 받고 관계자들이 구속되자 터키 정부에 영국 자본 철수 등 강력한 통상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디아지오는 소송 장기전에 대비해 최근 업무 담당 임원을 영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원기/최만수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