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아킬레스건으로 회자돼온 '가족 문제'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22일 시 주석의 매형 덩자구이(鄧家貴)가 2008년 3월 버진아일랜드에 '엑설런스 에퍼트 프로퍼티 디벨로프먼트'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폭로하면서부터다. 덩자구이는 시 주석의 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의 남편이다.

그동안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경우 탈세와 부정축재의 증거로 확인된 사례가 많았던 만큼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문제는 중국이 정치적 격변기에 진입하고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갈수록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한국 경제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진핑 일가의 부패의혹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도 시진핑 형제자매의 부정축재 추문들은 끊이지 않았다. 이권을 챙기는 사람들과 어울려 늘 근심거리가 돼온 남동생 시위안핑(習遠平)과 오십보백보인 시진핑의 누나들 치차오차오와 치안안(齊安安)이 그 장본인이다.

중국 8대 정치원로 중 한 사람이었던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은 청렴함과 완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두 자매는 중고교를 다닐 때만 해도 모두 시중쉰의 딸들이라는 사실을 가능하면 숨기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성도 시씨가 아니라 어머니 쪽을 따라 치(齊)씨가 됐다.

그러나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부모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중보다는 자신들의 욕심을 먼저 생각했다. 특히 시진핑이 잘 나가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더욱 그랬다는 것이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동안 행보를 보면 진짜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시진핑의 매형 덩자구이는 큰 누나 치차오차오의 남편이다. 그녀는 베이징의 핑구에 본사를 둔 대형 부동산 회사인 중민신 부동산개발주식회사의 오너로 현역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현재 사장은 남편인 덩자구이다. 법인 대표는 치롄싱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로 돼 있다.

각종 이권개입과 치부의 가족사 일단이 이번 ICIJ 폭로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시진핑이 13억 초대형 국가 중국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는 과정도 깜짝 뒤집기 드라마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재 총리인 리커창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시진핑의 시대는 향후 10년 동안 간다하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말에 동의해왔다. 전임인 장쩌민, 후진타오 모두가 10년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도 엄청난 부패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을 때라는 단서가 달렸었다. 중국 리스크는 말기암 보다 무서운 부정부패와 무소불위 태자당 견제, 시한폭탄처럼 째깍째깍 돌아가는 빈부의 양극화, 민주화와 정치발전을 요구하는 높아진 민도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번에 시진핑 일가의 부패 의혹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확고한 듯 보였던 시진핑의 10년을 확신할 수만은 없게 됐다.

중국이 흔들린다면?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한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수출의 중국 의존도는 최근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 해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기대면서 중국 경제가 우리 수출전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액 5597억 달러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가장 큰 26.1%로 집계됐다. 중국 시장 비중은 2005년 21.8%로 20%를 처음 넘고서 2010년 25.1%까지 올라섰다. 2011년 24.2%, 2012년 24.5%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시진핑의 가족사엔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가 최악의 경우 부패로 낙마해 향후 중국 권력지형도와 중국 경제가 흔들린다면 또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산업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