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경 CJ CSV경영실장(왼쪽)과 뮤지컬 작가 정민아 씨가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만나 기업의 문화경영과 창작 지원에 대해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민희경 CJ CSV경영실장(왼쪽)과 뮤지컬 작가 정민아 씨가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만나 기업의 문화경영과 창작 지원에 대해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CJ문화재단은 CJ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문화 없이는 나라도 없다’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신에 따라 2006년 이재현 CJ 회장이 설립했다. 이 회장도 평소 “문화콘텐츠 강국이 세계 강국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룹 내 CJ E&M이 대중문화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재단은 영화 방송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 분야 창작자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뮤지컬 ‘모비딕’의 조용신 연출, ‘풍월주’의 정민아 작가, 영화 ‘나의 PS 파트너’의 변성현 감독, ‘마이 리틀 히어로’의 안호경 작가, 뮤지션 이정아 등을 배출했다.

CJ문화재단을 총괄하는 민희경 CJ CSV경영실장(부사장)과 정민아 작가가 지난 8일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만나 메세나(기업의 문화 예술인 지원)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민 실장은 푸르덴셜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과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 등을 거쳐 2011년 CJ그룹 내 CJ인재원장으로 영입된 뒤 지난해 말부터 CSV경영실장을 맡고 있다.

정 작가는 지방에서 연극을 몇 편 올린 후 CJ문화재단의 신인 작가 및 작품 개발 지원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공모’에 2010년 ‘풍월주’로 당선됐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서울 대학로 무대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공연 기회도 가지면서 글로벌 진출도 모색 중이다.

▷민희경 CSV경영실장=뮤지컬 ‘풍월주’를 무대에 올린 소감은 어떻습니까?

▷정민아 작가=정말 기쁘죠. 시나 소설과 달리 공연은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장르잖아요. 함께할 사람들과 ‘판’이 필요한데, 그게 쉬운 일인가요? 무엇보다 당선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됐어요. 2010년 당선된 후 1년 후 ‘풍월주’가 리딩 공연(핵심 출연자들로만 이뤄진 약식 공연)으로 올려졌고, 2012년 정식 공연을 무사히 마쳤어요. 운 좋게도 지난해에는 일본 공연까지 다녀왔습니다. 지금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500석 규모)에서 재공연(다음달 16일까지) 중입니다. 저처럼 많은 이들이 CJ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민 실장=연극·뮤지컬 분야 외에도 신인 뮤지션을 발굴해 지원하고, 대중음악 전공 유학생에 대한 장학사업을 하고 있지요. 영화·방송·애니메이션 분야 신인 스토리텔러까지 그동안 140여팀을 발굴해 후원했습니다. 재단이 당선자와 함께 만든 ‘풍월주’ ‘모비딕’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의 뮤지컬은 관객들의 찬사 속에 550회 이상 공연됐어요. 영화 ‘나의 PS파트너’ 역시 지원 프로그램 당선작으로 흥행에도 성공했지요.

이렇게 작가나 뮤지션을 발굴해서 작품화하는 것까지 지원하는 기업은 CJ가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CJ가 문화사업을 직접 하기 때문에 가능하지요. 정 작가의 작품은 소재가 독특해 선정했는데,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게 됐나요?

▷정 작가=‘풍월주’는 신라시대 남자 기생의 이야기죠. ‘화랑세기’를 읽어 보니 신라시대에는 성 관념이 자유분방하고 여성 파워도 강력했더군요. 퇴폐적이었어요. 그래서 남자 기생을 사랑하는 진성여왕이 다른 남자와 연적관계를 형성하는 삼각 멜로를 구상했어요. 순전히 제 상상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한국 공연에 이어 일본 초청 공연까지 다녀와 보니 양국 관객의 반응이 다른 데 놀랐어요. 관객층이 한국의 경우 2030세대가 대부분인데, 일본은 4050세대예요. 남자 관객도 더 많았고요. 박수 치는 포인트도 달랐어요. 일본에도 이런 뮤지컬 시장이 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새로운 자극이었지요.

▷민 실장=맞습니다. 문화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입니다. 제조업은 중국에 우위를 빼앗기겠지만, 문화산업은 ‘끼’ 있는 우리가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분야예요. 요즘 젊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문화에 대한 안목을 키웠기 때문에 ‘간지’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CJ에도 이익입니다. 문화 예술계의 우수한 인재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게 되니까요. CJ는 그런 인재들과 함께 국내 시장을 키우고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는 길을 모색할 겁니다.

▷정 작가=공연계 창작자들이 CJ문화재단의 지원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돈을 직접 주지는 않지만 좋은 분(멘토)들과 인연을 맺어줘 작가 역량을 키우고 작품화하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데 있습니다.

▷민 실장=재계 순위 14위인 CJ그룹이 최근 대학생 취업선호도 조사에서 2위에 올랐습니다. 문화를 생산하는 기업이란 인식 때문이죠. 젊은이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CJ그룹은 직접 문화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메세나 활동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지요. 문화재단의 지원 규모를 더 늘리기 위해 뜻있는 다른 회사들과 함께 활동할 방안도 찾고 있습니다.

■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기업이 수익창출 이후에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과 주변 공동체가 대등한 관계에서 함께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CJ그룹은 기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용어에는 기업의 우월적 지위가 함축돼 있다고 보고 지난해 직제 명칭을 바꿨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