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주요 배경인 연세대 본관 앞에서 기념촬영한 '응답하라1994' 출연진.
극의 주요 배경인 연세대 본관 앞에서 기념촬영한 '응답하라1994' 출연진.
[ 김봉구 기자 ]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4'에 등장한 미팅 장면의 상대는 왜 하고많은 곳 중에 숙명여대 무역학과였을까.

드라마 제2화에서 방영된 삼천포(김성균 분)와 해태(손호준 분)의 미팅 장면은 코믹한 에피소드다. 숙명여대 무용학과 학생들로 알고 미팅 자리에 나갔는데 '무역학과' 학생들이 나왔다. 발음이 비슷해 주인공들이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숙명여대 무역학과 학생'으로 카메오 출연한 걸그룹 달샤벳 멤버 우희가 최근 "안녕, 우린 숙명여대 무역학과 다니는 학생들이야"란 내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리트윗 하면서 새삼 화제가 됐다.

콕 집어 숙명여대 무역학과 학생들의 미팅 에피소드가 등장한 것은 '응답하라1994' 이우정 작가가 바로 이 학과 출신이기 때문.

숙명여대 관계자는 22일 "작가가 자신의 대학시절 주변의 재미있는 경험담을 에피소드로 활용한 것 같다"며 "흥미롭게 봤다"고 귀띔했다.

'응답하라1994'의 강점은 섬세한 고증이다. 90년대 당시의 있을 법한 일을 생생하게 그려내 소품과 에피소드 하나 하나에도 관심이 쏟아진다.

극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신촌 하숙집이나 연세대 캠퍼스도 마찬가지다. tvN 측은 연세대에 일정액의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캠퍼스를 촬영지로 사용 중이다.

연세대의 트레이드 마크인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고풍스러운 건물이 포인트다. 본관과 연희관(사회과학대학), 논지당(여학생 휴게실) 등이 매회 장면에 삽입되고 있다. 극중 칠봉이(유연석 분)가 선수로 뛰는 연세대 야구부의 활약상이나 1994년 당시 연세대 농구부의 농구대잔치 우승 등을 다루기도 했다.

초반에는 드라마 촬영으로 인한 면학분위기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응답하라1994'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학교 측 반응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홍보 효과가 커지면서 학교 측도 적극 협조하는 모양새다.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마다 입시홍보에 연간 수억~수십억 원의 예산을 쓰는 것을 감안하면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자연스레 각인되는 것은 엄청난 성과"라며 "별도 비용을 들이지 않지만 홍보 효과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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