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보조금 등에 업고 중국 업체 묻지마 투자…LCD 재앙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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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최대업체 BOE 등 2014년까지 라인 6개 증설
넘쳐나는 공급에 가격 뚝뚝
넘쳐나는 공급에 가격 뚝뚝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묻지마’ 증설을 하고 있다. 일본 샤프 몰락의 원인이 된 10세대(가로 3130㎜×세로 2880㎜) 이상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투자에도 뛰어들 판이다.
LCD 패널 시장이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올해와 내년 중국에 새로 지어지는 생산라인만 대여섯 개에 달하면서 패널 값도 폭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세계 LCD 업계에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정부 돈으로 ‘묻지마’ 투자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2015~2016년 10세대 이상 LCD 라인을 짓기 위해 장비회사와 논의를 시작했다. 세계 최대 10.5세대(3320×2900)를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 샤프가 10세대 라인을 지은 뒤 수요 부족으로 적자를 내고 있고, 삼성·LG디스플레이도 8세대 이후 투자를 중단한 상태지만, ‘세계 1위가 되겠다’며 투자 검토에 나선 것. 10세대 이상 투자엔 5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BOE는 허베이와 충칭에 8세대 라인도 짓고 있다. 왕둥성 BOE 회장은 최근 한경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작은 회사로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도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 2위인 CSOT(차이나스타)와 3위 CEC판다도 각각 8세대 라인을 짓고 있다. 이들이 앞다퉈 증설에 나선 것은 이익이 나서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인 제12차 5개년 계획(2011~15년)에서 LCD 패널 자급률을 2014년 60%, 2015년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눈먼 돈’을 몰아주고 있어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BOE는 2011년 5.5세대(1300×1500) OLED 공장을 지으며 20억위안(3429억원) 규모의 광산채굴권과 6억7000만위안(1142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2012년 5억5000만위안(972억원), 올 상반기에도 1억7000만위안(297억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2010년 마이너스 29%에서 2011년 1.3%로 흑자전환했고 올 1분기 4%, 2분기 8.9%를 기록했다. CSOT도 2011년 5800만위안(104억원), 2012년 7억2000만위안(1286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SOT는 한 해 9만개의 패널만 생산하면 대출금 51억위안을 면제받으며, BOE도 비슷한 해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너 죽고 나 살자’ 치킨게임 본격화
중국의 ‘묻지마’ 투자는 LCD 업계를 치킨게임으로 몰아넣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120Hz 풀HD 46인치 LCD 패널 가격은 333달러로 작년 10월(381달러)보다 12.5% 떨어졌다. 올 들어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하락세다. 올해 세계 TV 판매량은 2억2759만대로 지난해보다 2.2%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중국 업계가 패널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세계 1,2위인 삼성·LG디스플레이도 중국 공장 증설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달 쑤저우 8세대 공장을 완공했고, LG는 내년 2분기 광저우 8세대 공장을 준공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 패널 시장이 한 해 5000만대 규모로 커진데다, 중국정부가 수입관세를 높이며 중국 내 투자를 유도한 것도 이유다. 지난해 4월 중국 LCD 수입관세는 3%에서 5%로 올랐고, 최근 8% 인상설이 나돌고 있다.
치킨게임 본격화로 2010년과 같은 LCD 공급 과잉 및 가격 폭락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25일 쑤저우 공장 완공식에서 “내년 중국이나 국내 업체가 8세대 공장 가동에 들어가면 공급과잉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최근 “내년에 LCD 공급과잉 시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며 “(광저우 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한 후에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LCD 패널 시장이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 올해와 내년 중국에 새로 지어지는 생산라인만 대여섯 개에 달하면서 패널 값도 폭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세계 LCD 업계에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정부 돈으로 ‘묻지마’ 투자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2015~2016년 10세대 이상 LCD 라인을 짓기 위해 장비회사와 논의를 시작했다. 세계 최대 10.5세대(3320×2900)를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 샤프가 10세대 라인을 지은 뒤 수요 부족으로 적자를 내고 있고, 삼성·LG디스플레이도 8세대 이후 투자를 중단한 상태지만, ‘세계 1위가 되겠다’며 투자 검토에 나선 것. 10세대 이상 투자엔 5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BOE는 허베이와 충칭에 8세대 라인도 짓고 있다. 왕둥성 BOE 회장은 최근 한경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작은 회사로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도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중국 2위인 CSOT(차이나스타)와 3위 CEC판다도 각각 8세대 라인을 짓고 있다. 이들이 앞다퉈 증설에 나선 것은 이익이 나서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인 제12차 5개년 계획(2011~15년)에서 LCD 패널 자급률을 2014년 60%, 2015년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눈먼 돈’을 몰아주고 있어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BOE는 2011년 5.5세대(1300×1500) OLED 공장을 지으며 20억위안(3429억원) 규모의 광산채굴권과 6억7000만위안(1142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2012년 5억5000만위안(972억원), 올 상반기에도 1억7000만위안(297억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2010년 마이너스 29%에서 2011년 1.3%로 흑자전환했고 올 1분기 4%, 2분기 8.9%를 기록했다. CSOT도 2011년 5800만위안(104억원), 2012년 7억2000만위안(1286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SOT는 한 해 9만개의 패널만 생산하면 대출금 51억위안을 면제받으며, BOE도 비슷한 해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너 죽고 나 살자’ 치킨게임 본격화
중국의 ‘묻지마’ 투자는 LCD 업계를 치킨게임으로 몰아넣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10월 LED 백라이트를 탑재한 120Hz 풀HD 46인치 LCD 패널 가격은 333달러로 작년 10월(381달러)보다 12.5% 떨어졌다. 올 들어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한 채 하락세다. 올해 세계 TV 판매량은 2억2759만대로 지난해보다 2.2%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중국 업계가 패널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세계 1,2위인 삼성·LG디스플레이도 중국 공장 증설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달 쑤저우 8세대 공장을 완공했고, LG는 내년 2분기 광저우 8세대 공장을 준공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 패널 시장이 한 해 5000만대 규모로 커진데다, 중국정부가 수입관세를 높이며 중국 내 투자를 유도한 것도 이유다. 지난해 4월 중국 LCD 수입관세는 3%에서 5%로 올랐고, 최근 8% 인상설이 나돌고 있다.
치킨게임 본격화로 2010년과 같은 LCD 공급 과잉 및 가격 폭락이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달 25일 쑤저우 공장 완공식에서 “내년 중국이나 국내 업체가 8세대 공장 가동에 들어가면 공급과잉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도 최근 “내년에 LCD 공급과잉 시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며 “(광저우 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한 후에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