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스의 봅슬레이팀은 캘거리올림픽에서 기록 돌풍을 일으킨다. 처음엔 올림픽 출전자격을 얻을 수 있는 1분을 간신히 맞췄는데, 매 실전에서 58초, 56초, 단숨에 기록을 끌어올린다.

진짜 썰매와 봅슬레이장을 경험하면서 속도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꼴찌의 반란’이다. 평소 공부를 안 하던 학생이 집중해서 책상에 앉으면, 매일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보다 빠르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원리다.

이는 경제성장 과정에서도 벌어진다. 가난한 나라는 조금만 투자해도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이처럼 초반 조건이 성장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따라잡기 효과(catch-up effect)’라고 부른다.

한 나라의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민들의 저축률을 끌어올린다고 하자. 그러면 더 많은 자원이 자본재 생산에 투입돼 공장이 지어지고 교육수준도 높아진다. 좋은 물적자본과 인적자본 등에 힘입어 생산성은 더 오르고, 경제는 고속성장한다.

하지만 고성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자본 투자에도 ‘수확체감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자본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본 한 단위를 추가로 투입할 때 증가하는 산출량은 감소한다.

2000년 전까지 한국의 성장 속도는 선진국을 앞섰지만 2007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를 넘어선 뒤 ‘기록경신’이 좀처럼 쉽지 않다. 고령화 등으로 인해 생산성 향상은 벽에 부딪혔고, 이젠 저성장을 극복하는 게 숙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