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진당 의원 '내란음모' 첫 공판…檢 "RO는 민혁당과 비슷한 지하 비밀조직"
33년 만에 열린 ‘내란음모 사건’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사진) 등 피고인들이 소속된 ‘RO(혁명조직)’의 실체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북한의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체제 전복을 목표로 삼은 비밀조직”이라고 규정했고, 변호인 측은 “구성원, 조직체계, 활동내용 등이 확정되지 않은 검찰의 창작물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국가정보원과 검찰 수사에서 묵비권으로 일관해온 이 의원은 “북한의 공작원을 만난 적도, 지령을 받은 적도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비밀조직” vs “일부 당원 소모임”

12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원)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1999년 적발돼 해산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과 유사한 종북 비밀조직”이라고 RO를 규정했다.

비밀조직 특성상 문서로 조직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일사불란하게 내란을 모의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와 실체를 갖추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RO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인 자주·민주·통일을 활동목표로 정하고 폭력으로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며 “총책 이석기 의원을 중심으로 엄격한 지휘체계를 구축하고 철저한 보안수칙에 따라 비밀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올해 초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자 RO는 전쟁 대비 3대 지침을 하달해 시행하고 정세 인식을 공유했다”며 “국회의원 등이 한국의 헌법을 부정하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시도하면서 중대한 위협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쟁 대비 3대 지침은 ‘비상시국에 연대조직 구성’,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 실시’, ‘레이더기지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이다.

변호인으로 나온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RO는 검찰도 근거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주장만 하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며 “강연 녹취록을 보면 무기를 준비하는 방법을 특정하는 등 구체화된 내용이 없고 올해 초를 ‘혁명의 결정적 시기’라고 말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국정원이 7월까지 전 민주노동당 당직자인 다른 이모씨를 RO 총책으로 지목했다”며 ‘조작’ 주장을 거듭했다.

○“온라인에서도 조직적 선전선동”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RO의 ‘인터넷 선전선동’도 포함됐다. 검찰은 “RO는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선전선동 활동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이 의원은 전쟁상황에 대비해 심리전을 적극 전개하라고 RO 조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합정동 모임에 나온 130여명이 페이스북에 글 하나 쓰는 것으로 언론을 넘어서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단언컨대 내란을 음모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소련이나 북한을 보고 운동을 시작한 게 아니고 내가 서 있는 이 땅에서 진보운동은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저와 통진당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벗겨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 합정동 강연에 대해선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며 “그런 상황에서 한반도를 평화체제로 만들기 위해 진보정당이 뭘 할지 토론하고 준비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발언하는 10여분 동안 탈북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방청객 3명이 “이석기 살려두면 나라 망합니다” 등 발언으로 재판 진행을 방해해 감치명령을 받았다. 2회 공판이 열리는 14일에는 녹취록을 제작한 국정원 직원들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수원=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