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개발·디자인 도맡아…"납품가격도 우리가 정해"
현금 보유액만 3000억…독자 브랜드 출시 앞둬
경기 의왕시 고천동의 시몬느 본사에서 만난 박은관 회장은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시몬느가 납품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하청이 아니라 소재 개발부터 디자인, 품질 관리까지 해주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그만한 비용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아웃소싱 업체가 납품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320명 직원 개개인의 핸드백에 대한 경험을 합하면 3500년, 26년간 디자인한 가방 패턴만 16만개”라며 “이런 전문성을 무기로 미국 3대 브랜드인 마크제이콥스, DKNY, 마이클코어스의 핸드백 론칭을 처음부터 함께했다”고 했다.
시몬느가 잘나가게 된 데는 박 회장의 선구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0년대 후반 마이클코어스가 ‘대박’을 치자 2007년 2186억원이던 시몬느 매출은 이듬해 3058억원으로 40% 성장했다.
마이클코어스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16조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마크제이콥스, 케이트스페이드, DVF 등 시몬느의 주요 거래처들이 잇따라 상장할 계획”이라며 “시몬느에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면 자연스럽게 시몬느 생산물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시몬느는 베트남에 공장 2곳을 추가 증설, 다음달부터 가동한다. 1992년 인도네시아에 1공장을 설립한 이래 해외 공장이 인도네시아 4개, 중국 3개, 베트남 4개로 불어나는 셈이다.
박 회장의 눈은 몇 년 뒤 미래로 향해 있다. 그는 “현재 ODM 시스템도 5~10년 지나면 장담하기 어렵다”며 “2~3년 내에 해외 명품 브랜드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몬느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금력도 풍부하다. 자체 현금 보유액만 약 3000억원에 달한다. 박 회장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공동 투자를 수차례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의 마이클코어스를 목표로 신규 브랜드 개발도 한창이다. 시몬느 독자 브랜드인 ‘0914’는 한창 숙성 중이다. 박 회장은 “20~30년 뒤를 내다보고 만든 최고급 브랜드”라며 “조용히 키워나가 시몬느를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