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특수부대가 마약사범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 특수부대가 마약사범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4월 멕시코의 LG전자 레이노사 공장 벽을 지역 마약조직(카르텔)이 뚫고 들어왔다. 이들은 막 조립이 끝난 LED TV를 1000대 가까이 훔쳐 달아났다. TV를 실어 나르던 컨테이너도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무장 강도를 당했다. 컨테이너 한 대당 1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인근 알타미라 항구 대신 미국 휴스턴을 이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 치안당국은 운송 트럭에 호위차량을 붙여주면서도 “치안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실종자까지 포함해 약 7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있는 멕시코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은 기업 활동에 주요 걸림돌 중 하나다. 카르텔의 대미 마약 운송로가 미국 접경 가공무역 지대와 겹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치안이 붕괴된 틈을 타 외국인 납치, 기업 물품 강도 등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치안 부재에 지역 경제 곳곳 붕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꼽혔다. 치안이 악화된 것은 2006년 집권한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마약조직 소탕에 나서면서부터다. 2011년 대통령 직속 경찰 특공대가 카르텔 습격에 전멸하는 등 공권력의 무능이 드러나면서 카르텔의 기세는 오히려 더 등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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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만 연안의 항구도시로 포스코 냉연공장이 있는 탐피코의 치안 붕괴는 이 같은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세기초에 이미 셸과 BP 등 글로벌 에너지 회사가 자리를 틀며 석유정제 중심지로 자리잡아온 탐피코에서는 2011년 카르텔 간의 다툼으로 시내 술집에 있던 11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카르텔을 검거하려던 경찰관의 시체가 고가도로에 내걸리는 등 치안은 악화됐다. 곧 지역 부유층과 해변 휴양지를 찾던 외국인들이 자취를 감췄다. 상업과 소비기반이 붕괴되면서 카르텔의 관심은 외국 기업으로 향했다. 포스코는 매년 한 차례 이상 무장 강도위협에 노출돼 있으며 중요 행사 때는 방탄차량까지 빌린다.

보안산업 종사자만 300만명

멕시코 정부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집권 이후 카르텔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취하면서 치안이 회복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지 설명은 다르다. 한 한국 은행 주재원은 “9월 중순에는 멕시코시티 한 가운데 있는 페멕스 본사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있었지만 보도가 안됐다”며 “카르텔의 폭력행위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관련 언론보도가 줄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레이노사를 비롯한 많은 지방도시는 경찰력이 붕괴되면서 군대가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경찰이 사라진 빈자리는 민간 보안업체들이 메우면서 관련 업종은 2011년 한 해에만 30% 성장하는 등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유디코 파딜라 멕시코 보안업협회 회장은 “멕시코 내 보안업 종사자는 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멕시코 내 기업들은 비용의 최대 6%까지 보안에 지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카르텔에 맞서기 위해 무장이 더욱 강화된 경찰조직을 창설하고 1만명을 훈련시키고 있다. 별도로 납치와 강탈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15개 부대도 조직할 예정이다. 그라시아 바디올라 레이노사 경제국장은 “국경도시에서는 지방 경찰을 대신해 연방 경찰이 치안을 책임지면서 상황이 날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 레이노사=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특별취재팀 브라질=남윤선 기자, 박래정 LG경제硏수석연구위원, 인도네시아=김보라 기자, 이지선 선임연구원, 멕시코=노경목 기자, 김형주 연구위원, 터키=주용석 차장대우, 정성태 책임연구원, 인도=이정선 차장대우, 강선구 연구위원

공동기획 한경·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