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4일 오전 8시15분

올해 1월 ‘문화콘텐츠 육성’을 천명하며 벤처캐피털을 설립했던 SM엔터테인먼트가 6개월 만에 지분 및 경영권을 제3자에게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사업 철수’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자회사인 SM재팬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SMCI(SM콘텐츠인베스트먼트)의 지분 100% 중 72%를 김상수 씨, 한석우 씨에게 각각 36%씩 매각했다. 김씨는 캐피탈원 부사장 출신, 한씨는 지온인베스트 대표 출신으로 모두 벤처캐피털 전문가들이다.

매각대금은 총 36억원. 설립자본금이 5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및 창투사라이선스 프리미엄 없이 원가에 넘긴 셈이다. SM엔터는 지난 1월 SMCI를 출범시키며 “신개념 문화콘텐츠 펀드를 운용해 아시아 콘텐츠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M엔터가 야심차게 벤처캐피털 업계에 진출한 지 반년 만에 사실상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업계에선 ‘벤처캐피털 시장의 속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창투사를 설립하면 대형 펀드 설립과 투자 집행을 곧바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성급하게 기대했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 분야는 중장기적인 투자전략으로 승부를 내야하는 업종”이라며 “성급하게 뛰어들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곧바로 발을 빼버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SM엔터가 지분 28%를 남긴 것에 대해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SM엔터는 추후 자신들이 진행하는 문화콘텐츠에 자금을 투자받을 여지를 남기고, 인수자들은 SM이라는 간판을 펀딩에 활용하기 위해 상호 합의하에 지분 28%를 남겨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