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 Why(상)] 해외 서울대, 국내 성대 '강세' 이유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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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포스텍, 연구력 덕분에 종합대보다 좋은 평가
올해 국내외 주요 대학평가의 성적표가 나왔다. 서울대는 해외 평가에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으나 국내 평가에선 최근 2년간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에 뒤졌다. 반면 성균관대는 국내 평가에서 종합대 1위에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내 대학들이 공신력을 인정하는 대학평가는 보통 3개로 추려진다. 해외에선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와 더타임즈(THE·The Times Higher Education) 세계대학평가, 국내에선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꼽힌다.
2013년 순위는 지난달 초 QS에 이어 이달 초 THE와 중앙일보 평가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서울대는 QS 평가와 THE 평가에서 국내 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중앙일보 평가에선 포스텍(포항공대)이 1위였다. 연구중심 이공계 특성화대학 KAIST와 포스텍은 '평가의 강자'로 자리매김 했다. ○ 서울대 '해외 약진-국내 하락' 엇갈린 평가
서울대는 엇갈린 평가 결과를 받아들었다.
세계대학평가에선 약진했다. QS 평가(35위)와 THE 평가(44위) 모두 지난해보다 순위가 올라 세계 50위 안에 진입했다. QS 평가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국내 대학 가운데 1위, THE 평가는 지난해 2위(포스텍 1위)에서 올해 1위로 올랐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발표된 중앙일보 평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연세대와 함께 공동5위에 랭크, 지난해보다 한 계단 더 하락했다. 특수한 성격의 포스텍(1위)과 KAIST(2위)는 논외로 하더라도 종합대인 성균관대(3위)와 고려대(4위)에도 앞 자리를 내줬다.
논란이 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중앙일보 평가에서 연세대(3위)에 뒤진 4위를 기록했다. 최근 2년새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에 거푸 추월당한 것이다. 물론 세계대학평가에선 좋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와 별개로 국내 최고학부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대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수년 전부터 중앙일보 평가에 별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사실상의 보이콧이나 다름없다.
학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여러 대학평가를 모두 준비하기 부담스럽다"며 "서울대는 국내 순위 경쟁보다는 글로벌 경쟁이 필요하다고 판단, QS와 THE 평가에 집중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가 올해 세계대학평가에서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지만 국내 평가에선 저조한 순위에 머무른 배경이다.
○ '평가의 법칙' 이공계 강한 대학이 웃는다
KAIST와 포스텍은 평가에 강했다. 서울대와 함께 해외 평가에서 100위권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200위 내외에 머무르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국내 유수의 종합대보다 실적이 더 뛰어나다. 국내 중앙일보 평가에서도 종합대를 따돌리고 1위와 2위를 독식했다.
각종 평가에서 종합대를 앞지를 수 있었던 데는 교수들의 연구 실적, 특히 이공계 연구력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QS 평가는 학계 평판(40%)과 교수 1인당 논문피인용지수(20%), THE 평가는 평판도 조사·교수당 연구비·교수 학술논문 수 등 연구실적(30%)과 논문당 피인용수(30%), 중앙일보 평가는 교수연구(300점 만점 중 100점) 등 모두 연구력 지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와 피인용지수 등을 잣대로 삼는 평가의 특성상 인문·사회계보다 이공계 연구력이 결과를 좌우한다. 때문에 MIT(매사추세츠공대)나 칼텍(캘리포니아공대) 같은 이공계 대학이 하버드대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명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리곤 한다.
종합대 중에서도 이공계가 강한 대학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평가 결과를 보면 대체로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순위가 높은 편인데, 의대를 비롯한 이공계 분야에서 연세대가 더 세기 때문"이라며 "최근 성균관대가 고려대에 앞서는 경우가 잦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고려대가 최근 이공계 강화에 힘을 쏟는 것"이라고도 했다.
○ "대학도 경영" 기업 친화 대학 앞서나간다
특히 기업이 재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학들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포스텍(포스코) 성균관대(삼성) 중앙대(두산) 등이 대표적이다.
모멘텀 관리, 체계적 운영시스템 마련 등 대학 운영에 경영 관점을 도입한 게 지표 관리에 도움이 됐다. 성균관대는 6시그마를 대학 운영체계 전반에 심었다. 포스텍도 포스코의 QSS(Quick 6시그마) 기법을 도입해 업무 과정에서의 낭비요소를 발굴, 제거하는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 재단의 적극적 투자가 뒷받침된 교육여건 개선도 대학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재단 투자를 통해 캠퍼스 내 모든 강의실에 TV를 설치, 100% 'e-강의실'을 구현했다"며 "나노 약학 에너지과학 동아시아 경제 경영 등 강점 있는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키우는 '글로벌 톱10' 학교 정책 역시 연구력 향상을 위한 재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대학 경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갈수록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을 잘하는 '친(親)기업 대학'이 각광받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신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사업화·상용화로 이어지는 모델을 구현한 대학이 앞서가는 추세다. 실제로 THE 평가는 기술이전 수입까지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내 대학들이 공신력을 인정하는 대학평가는 보통 3개로 추려진다. 해외에선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와 더타임즈(THE·The Times Higher Education) 세계대학평가, 국내에선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꼽힌다.
2013년 순위는 지난달 초 QS에 이어 이달 초 THE와 중앙일보 평가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서울대는 QS 평가와 THE 평가에서 국내 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중앙일보 평가에선 포스텍(포항공대)이 1위였다. 연구중심 이공계 특성화대학 KAIST와 포스텍은 '평가의 강자'로 자리매김 했다. ○ 서울대 '해외 약진-국내 하락' 엇갈린 평가
서울대는 엇갈린 평가 결과를 받아들었다.
세계대학평가에선 약진했다. QS 평가(35위)와 THE 평가(44위) 모두 지난해보다 순위가 올라 세계 50위 안에 진입했다. QS 평가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국내 대학 가운데 1위, THE 평가는 지난해 2위(포스텍 1위)에서 올해 1위로 올랐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발표된 중앙일보 평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연세대와 함께 공동5위에 랭크, 지난해보다 한 계단 더 하락했다. 특수한 성격의 포스텍(1위)과 KAIST(2위)는 논외로 하더라도 종합대인 성균관대(3위)와 고려대(4위)에도 앞 자리를 내줬다.
논란이 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중앙일보 평가에서 연세대(3위)에 뒤진 4위를 기록했다. 최근 2년새 연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에 거푸 추월당한 것이다. 물론 세계대학평가에선 좋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이와 별개로 국내 최고학부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대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는 수년 전부터 중앙일보 평가에 별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사실상의 보이콧이나 다름없다.
학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여러 대학평가를 모두 준비하기 부담스럽다"며 "서울대는 국내 순위 경쟁보다는 글로벌 경쟁이 필요하다고 판단, QS와 THE 평가에 집중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가 올해 세계대학평가에서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지만 국내 평가에선 저조한 순위에 머무른 배경이다.
○ '평가의 법칙' 이공계 강한 대학이 웃는다
KAIST와 포스텍은 평가에 강했다. 서울대와 함께 해외 평가에서 100위권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200위 내외에 머무르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국내 유수의 종합대보다 실적이 더 뛰어나다. 국내 중앙일보 평가에서도 종합대를 따돌리고 1위와 2위를 독식했다.
각종 평가에서 종합대를 앞지를 수 있었던 데는 교수들의 연구 실적, 특히 이공계 연구력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QS 평가는 학계 평판(40%)과 교수 1인당 논문피인용지수(20%), THE 평가는 평판도 조사·교수당 연구비·교수 학술논문 수 등 연구실적(30%)과 논문당 피인용수(30%), 중앙일보 평가는 교수연구(300점 만점 중 100점) 등 모두 연구력 지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와 피인용지수 등을 잣대로 삼는 평가의 특성상 인문·사회계보다 이공계 연구력이 결과를 좌우한다. 때문에 MIT(매사추세츠공대)나 칼텍(캘리포니아공대) 같은 이공계 대학이 하버드대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명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리곤 한다.
종합대 중에서도 이공계가 강한 대학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 역시 같은 이치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평가 결과를 보면 대체로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순위가 높은 편인데, 의대를 비롯한 이공계 분야에서 연세대가 더 세기 때문"이라며 "최근 성균관대가 고려대에 앞서는 경우가 잦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고려대가 최근 이공계 강화에 힘을 쏟는 것"이라고도 했다.
○ "대학도 경영" 기업 친화 대학 앞서나간다
특히 기업이 재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학들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포스텍(포스코) 성균관대(삼성) 중앙대(두산) 등이 대표적이다.
모멘텀 관리, 체계적 운영시스템 마련 등 대학 운영에 경영 관점을 도입한 게 지표 관리에 도움이 됐다. 성균관대는 6시그마를 대학 운영체계 전반에 심었다. 포스텍도 포스코의 QSS(Quick 6시그마) 기법을 도입해 업무 과정에서의 낭비요소를 발굴, 제거하는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 재단의 적극적 투자가 뒷받침된 교육여건 개선도 대학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재단 투자를 통해 캠퍼스 내 모든 강의실에 TV를 설치, 100% 'e-강의실'을 구현했다"며 "나노 약학 에너지과학 동아시아 경제 경영 등 강점 있는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키우는 '글로벌 톱10' 학교 정책 역시 연구력 향상을 위한 재원이 투입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대학 경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갈수록 대학과 기업 간 산학협력을 잘하는 '친(親)기업 대학'이 각광받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신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사업화·상용화로 이어지는 모델을 구현한 대학이 앞서가는 추세다. 실제로 THE 평가는 기술이전 수입까지 평가 항목에 반영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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