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CJ그룹 회장(53)의 아내 김희재 씨가 ‘여성조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근황과 심정을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말 수술을 통해 이 회장에게 신장을 이식하기로 결정하기까지의 심경을 털어놨다.
김씨는 “남편의 신장이 계속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이식이란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들(선호씨·23) 딸(경후씨·28)과 함께 의논을 했는데 모두 기증하겠다고 나서 검사 결과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 결과 가장 적합한 아들이 신장을 주기로 하고 올해 4월까지 꼭 수술을 받자고 했는데 남편 일이 바빠 자꾸 미뤄졌고 또 수사 이후 최근 몇 달 동안 남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얘기했다.
김씨는 “아들이 미국에서 돌아온 뒤 나도 기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체구도 여자치고는 작지 않은 데다 부부끼리 기증하는 사례도 꽤 있다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남편에게 “내가 하게 해달라”고 했고 8월 말 신장이식 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수술 후 남편이 자꾸 “미안하다” “고맙다”고 해 “내 신장이 다른 몸에 가서 움직인다는 게 의학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신기하다. 대체 어떤 메커니즘이지?”라고 물으며 분위기를 바꿨다고 한다.
부부는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김씨는 “수술은 전체적으로 잘됐다”며 “나는 건강체질이어서 2주 만에 건강을 거의 회복했지만 남편은 회복 과정에서 면역 억제제 부작용, 감염 위험 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혈연관계가 아닌데 장기를 이식받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어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김씨는 남편을 처음 만난 사연도 밝혔다. 대학교 2학년 때 연말 모임에서 이 회장을 처음 봤는데 첫인상은 아저씨 같았다고 한다. 대학교 4학년 때 단둘이 만났고 ‘나를 남다르게 생각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디자인회사에 다닐 때 씨티은행에서 일하는 남편을 다시 만났고 이후 1년간 매일 만났다고 한다.
엄마로서의 심정도 얘기했다. 김씨는 “(자식들이) 평범하게 자라길 원한다”며 “남편이 씨티은행을 다니다가 제일제당에서 사원 대리 과장 등의 직급을 모두 거쳤던 것처럼 그런 경험이 있어야 훌륭한 경영자로 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CJ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고 임직원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면서 남편과 함께 울었다”고 밝혔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