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얼마나 후퇴하나…거센 '정치적 후폭풍' 불가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초연금 정부안 어떻길래
이번주 정부안 발표…진영 복지장관 사퇴설
소득 하위 70~80% 노인에 차등지급 가닥
朴대통령이 직접 챙겨…정부안 수차례 조율
이번주 정부안 발표…진영 복지장관 사퇴설
소득 하위 70~80% 노인에 차등지급 가닥
朴대통령이 직접 챙겨…정부안 수차례 조율


○“대선 공약,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라는 점을 의식,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정부 안을 수차례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대통령이 기초연금 도입 안에 올인하다시피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진 장관은 기초연금 축소 발표에 따른 국민적 반발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면서 주무장관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정부는 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처음부터 이행 불가능한 것이었다는 판단을 내려놓고 있다. 공약대로라면 기초연금 전면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2020년 26조4000억원, 2040년 161조3000억원, 2060년에는 387조4000억원 등 인구 고령화 가속화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경제 성장 속도를 아무리 후하게 계산하더라도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마련한 최종안은 소득 하위 70~80%를 중심으로 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뼈대로 삼고 있다. 진 장관도 최근 기자와 만나 “모든 복지정책은 지속 가능성을 1순위로 놓고 판단해야 하는데, 공약상의 기초연금 안은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진작 솔직하게 털어놨어야”
문제는 기초연금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다. 기초연금 도입은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보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매달 노인들의 통장에 20만원을 꽂아주겠다는 공약은 단순하고 구체적이어서 파괴력이 컸다. 야당이 주도하던 복지 이슈를 여당의 것으로 돌려놓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약의 전면적 이행이 어렵다고 발표할 경우 박 대통령은 약속 위반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정철학인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 기초연금 수정 논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시절 처음 제기됐다. 당선자 신분이던 박 대통령과 인수위원들은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엄청나게 반발하면서 유야무야됐다.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소득 수준을 감안해 월 4만~2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복지부 내에는 이때가 타이밍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줄 수 없는 상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공약을 내려놨어야 했다는 얘기다.
복지부가 지난 6월 행복연금위원회를 만든 것은 공약 후퇴에 대비한 출구전략이었다. 정치감각이 뛰어난 복지전문가인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앉혀 퇴로를 모색했다. 김 위원장은 노인 빈곤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소득 상위 30%를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갔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최종 발표를 앞둔 청와대와 정부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약속을 지키라는 국민의 요구가 정치쟁점화될 경우 특히 그렇다. 민주당 등 보편적 복지를 주창하고 있는 야당의 반발도 불 보듯 뻔하다. 진 장관이 사퇴한다고 해도 이 같은 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일각의 관측대로 진 장관의 사퇴가 내년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비난의 수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